신경정신의학회 “시행되면 정신질환자 수만명 거리로 나올 것”
복지부 “20년간 바뀌지 못한 정신건강복지법, 지금 아니면 못바꿔”

5월 시행되는 개정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을 두고 정신의학계에서는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가 시행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될 경우 8만명이 넘는 비자의입원자가 시행 3개월 내 퇴원하는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복지부는 지금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정신질환자들이 목소리를 낼 방법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2일 간담회를 통해 ▲비자의입원 시 2주 이내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등을 포함한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 등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을 요구하는 조항과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시 질환 여부와 자해 및 타해 위험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조항에 대해 문제제기 했다.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140명(국립정신병원 61명, 공립정신병원 79명)이 전국의 모든 비자의입원에 관여할 수 없고,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민간을 끌어들이는 것은 더 문제라는 입장이다.

또한 질환 여부와 자해 및 타해 위헙을 동시에 충족해야 비자의입원이 가능할 경우 당장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복지부가 ▲국공립병원 소속 전문의 수를 늘리고 ▲민간(복지부 지정기관 소속 전문의)에서 비자의입원 판정에 참여할 경우 수가를 책정하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신경정신의학회는 이로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경정신의학회 정신건강복지법 대책 TF 권준수 위원장(사진,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은 “개정안의 비자의입원 기준을 그대로 현장에 적용하면 현재 약 17만명인 비자의입원자 중 최소 50%가 퇴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법 시행 후 3개월이 지난 8월이 되면 입원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환자들이 더 퇴원하게 될 것”이라며 “적어도 8만명에 달하는 정신질환자들이 비슷한 시기에 퇴원하는 것이고 이들은 결국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위원장은 “정신건강복지법을 전면 재개정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논의시간이 부족하다면 일단 부칙 등을 통해 유예한 후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이 5월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정신과의사들은 법을 철저히 지키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권 이사장은 “만약 개정안이 이대로 5월 시행될 경우 정신과의사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법대로 하는 것 뿐”이라며 “이후 일어나는 대규모 환자 퇴원 등의 대한 책임은 복지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강제입원으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는 현실에서 일단 개정 정신건강복지법을 시행한 후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자는 입장이다.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차전경 과장은 “정신건강복지법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국립정신병원의 정신과 전문의를 늘리고 공중보건의사를 우선 투입하는 등의 대책을 준비 중”이라며 “지정된 민간 의료기관에서 입원판정을 하는 경우 비용을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차 과장은 “이외에도 판정의사를 법적 책임과 송사로부터 보호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고 모니터링을 계속하면서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시행 후 나타나는 문제점은 함께 고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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