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정신의학회 TFT, "비자의입원 기준 잘못됐다...서류제출 책임 민간에 떠맡겨"

오는 5월 30일부터 시행되는 ‘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을 두고 정신건강의학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해명자료가 의학계의 반발을 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해명자료를 통해서 "정신질환자의 비자의입원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신보건법 제정 권고에 따라 '치료 필요성'과 '자·타해 위험' 중 하나(or)를 충족하거나 모두 충족하는 것(and) 중 선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WHO 권고에 따라 환자 인권보호를 위해 'and'를 선택했다는 설명이지만 신경정신의학회 TFT는 복지부가 영문해석을 잘못했다고 반박했다.

의학회 TFT는 "A and/or B는 A 또는 B를 의미하고, A와 B가 동시에 발생한 경우도 포함한다는 의미"라며 "실제로 자·타해 위험이나 치료필요성이 각각 있는 경우 뿐만 아니라, 동시에 발생한 경우도 포함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핵심 조항이 WHO 기준의 잘못된 해석에 의한 졸속으로 만들어진 것을 그대로 인정하는 셈"이라며 "만일 and의 기준을 사용하면 이미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졌다고 진단해도 자·타해 위험이 있는 환자만 입원시킬 수 있어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의학회 TFT는 “이는 입원치료가 필요한 많은 환자들이 자타해 위험이 생기기 전까지는 치료를 시작하지 못해 사각지대를 만들게 된다”며 “이는 복지부령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UN장애인권리협약에는 비자의입원 기준을 자·타해위험으로 제한하라는 언급도 없다”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재입원을 위한 심사기준에 대해 “입원기간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계속 입원 심사기간을 줄인 것으로 3개월 이후 퇴원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계속입원 심사 기간을 줄인 것”이라고 설명한 부분도 반박했다.

의학회TFT는 “개정법에 따르면 입원 당시와 마찬가지로 3개월마다 서로 다른 기관에 근무하는 정신과 전문의 2인(1인은 공공기관에 근무)의 판단을 필요로 한다”면서 “현재 입원환자가 8만여명인데, 예상되는 심사건수, 공공기관 전문의 인력의 정확한 추산 등 준비가 전혀돼 있지 않아서 실현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권보호라는 중대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 예산 및 인력확보를 통한 인프라의 확충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신병원 입원시 서류 미비로 인한 입원 거부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비판했다.

복지부가 "응급상황, 야간, 공휴일 등에 입원할 경우 서류를 갖추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예외적으로 입원 후 보완할 수 있으며, 시기는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의학회TFT는 “행정지침이나 행정적인 유권해석이 법적 판단을 능가할 수 없다”면서 “지금도 의정부를 비롯한 경기북부지역의 정신과 전문의들이 개별적 판단 문제로 기소가 돼 재판중이다. 법적 보호장치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런 행정해석은 무의미하고, 법적 책임은 고스란히 현장의 정신과 전문의에게 지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해당 처벌조항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매우 가혹한데도, 의사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는 복지부의 태도는 너무 안이하다”면서 “이 법이 그대로 시행되면 수만명의 입원 환자가 아무런 준비없이 퇴원으로 내몰리게 된다. 조속한 법 개정과 예산,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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