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기자에서 앱 개발자로 변신한 모바일닥터 신재원 대표
초보 엄마들의 필수 아이템 앱 ‘열나요’, 독감유행 예측까지 화제

어느 토요일 밤. 잘 놀던 아기가 울고 보채기 시작한다. 얼굴은 상기되어 있고 아기를 만져보니 확연히 열감이 느껴진다. 체온을 재어 보니 38.6도. 엄마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해열제를 찾아보았는데, 부루펜과 타이레놀이 있다. 어떤 걸 얼마나 먹여야 할지 모르겠다. 사실 아기인데 해열제를 아무거나 먹여도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병원에 데려갈까 생각해보니 주말 밤이라 소아과는 다 닫았다. 야간진료가 되는 병원이 있을까? 응급실을 가야하나? 아니면 집에서 해열제만 줘도 되려나? 친구에게 전화를 해 보지만, 잘 모르겠다는 대답 뿐. 이 와중에 아기는 서서히 쳐지기 시작한다.

초보 엄마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일이다. 아기가 열이 나면 무섭고 걱정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 옆에 의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바일 헬스케어로 이 문제를 풀어낸 기업이 있다. 소아 체온관리 애플리케이션 ‘열나요’를 제작한 모바일닥터(대표 신재원)가 바로 그곳이다.

모바일닥터 신재원 대표

척박한 한국의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에서 ‘열나요’ 애플리케이션은 육아카페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출시 1년 만에 20만 건의 다운로드 수를 돌파했다. 최근에는 수집된 데이터를 이용해 독감유행 추세에 대한 주간리포트까지 발행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 모바일 헬스케어 영역에서 개척자 역할을 하고 있는 신재원 대표(가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성공 비결과 애로사항을 들었다.

- ‘열나요’는 어떤 앱인지.

아이가 열이 날 때 빅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을 통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앱이다. 아이의 체온을 규칙적으로 기록하고, 약물 투여 여부, 예방접종 여부 등을 입력하면 해열제 투여방법 및 용량, 병원 방문 필요성 등을 알려준다. ‘상황별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열나요’의 최대 강점이다.

- 어떻게 해서 이 앱을 만들게 됐는지.

아이가 열 나면 대개 부모들은 응급실로 향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은 불필요한 방문이다. 나 또한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아기가 열이 나니 매우 당황스럽더라. 열나요를 개발하게 된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부모들의 마음을 읽었다고나 할까.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공감했는지,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출산/육아 앱 분야 인기차트에 올라 있다.

- 부모들에게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부모 입장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알려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의사 입장에서 이 앱은 별개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부모들에게 체온 몇도부터 열이 난다고 봐야하는지, 체중에 따라 해열제 용량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등 의사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소한 것들도 어렵기 마련이다. 실제로 “아무것도 몰라 어쩔 줄 몰랐는데, 의사, 간호사가 옆에 있는 것 같아 고마웠어요”라는 댓글이 적지 않게 달리더라.

의사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 소아를 볼 때 열이 몇도였는지,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부모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문진이 늘어나게 되면 시간만 낭비될 뿐이다. 하지만 앱을 사용하면 발열 레포트로 한 눈에 발열 추이를 파악할 수 있어 진료시간을 줄일 수 있고, 절약한 시간만큼 더 환자를 보는 데 집중할 수 있으니 말이다.

- 서비스를 운영하다보니 축적된 데이터가 많다고 들었다.

최근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감유행을 질병관리본부보다 일찍 예측한 일이 있었다. 현재 체온측정 기록이 200만건, 해열제 투약 70만건, 진단명이 3만건 모였다. 이런 자료를 갖고 있는 회사는 우리가 유일할 것이다. 데이터 저장 시 비식별화를 거치고, 개인정보가 아닌 개월수만 저장해 법적 문제는 없다.

이는 모바일 헬스케어의 저력을 보여준다. 단순히 발열관리 솔루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독감유행지도, 독감유행추세 등을 제작해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정보까지 제공해줄 수 있다.

- 이 데이터를 또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의학계에서 모르던 새로운 지식을 알아낼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방접종 열을 예로 들 수 있다. 예방접종 후에 발생하는 열은 일반적으로 24시간 이내에 떨어지지만 24시간에서 48시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즉, 24~48시간 사이의 열은 예방접종 열인지 다른 원인에 의한 발열인지 애매한 것이다. 이 때, 우리가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예방접종 열의 발생 시간을 조금 더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다면 학문적으로 아주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다수 있다.

데이터 분석을 위해 최근 인공지능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등을 추가로 영입했다. 독감유행을 예측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알고리즘을 개발해보려 한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양질의 데이터’이고 우리는 이를 가지고 있다.

- 앞으로 ‘열나요’ 앱의 발전 방향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동해볼 예정이다. 기저귀에 껴놓고 자면, 열이 났을 때 엄마를 깨워주는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다. 다운로드 수가 20만을 돌파하니 하드웨어를 만드는 회사에서 함께 일해보자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

해외진출도 생각하고 있다. 일본, 중국, 미국, 유럽, 인도네시아 진출을 올해 목표로 하고 있다.

-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제 시작이고, 너무 선례가 적어서 힘든 점도 많다. 아직은 B2B영역, 의사를 상대로 한 사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앞으로 5년이 지나면 모바일 헬스케어도 많이 발전해 있을 것이다. 일반 소비자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

- 보람을 느낄 때가 있다면.

스타트업 대표긴 하지만 나는 결국 ‘의사‘로서 ‘아픈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가치 있다고 느낀다. 진료실에서 진료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는 큰 그림에서 기존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앱을 만들어서 수천 명의 환자에게 동시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 그런 ‘의사’의 마음으로 서비스를 개발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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