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얀센 김옥연 대표

한국얀센 김옥연 대표는 제약업계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장 많이 가진 CEO다.

2012년 한국얀센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국내 제약업계 첫 여성 CEO가 됐고, 2014년에는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최초 여성 부회장에 이듬해에는 KRPIA 최초 여성 회장에 올랐다.

제약업계에 처음 발을 내딛은 후부터 지금까지 25년간 얀센에서 근무하고 있는 ‘얀센맨’, 직원들로부터 '옥연형님', '옥사장, 옥연낭자'라 불리는 김옥연 대표를 만나 한국얀센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지난해를 돌아보고, 또 올해 주목할 치료제를 꼽는다면.

2015년 10% 정도 성장했고 작년에도 7% 정도 성장을 했다. 숫자적인 부분보다도 회사에서 의미를 두는 부분은 전략적인 성공이다. 지난해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됐고, 또 급여 확대 등 영업·마케팅 환경이 바뀌거나 새로 적응증이 추가된 것도 있다. 인베가 트린자, 임브루비카 발매, 콘서타의 성인 ADHD 급여 확대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끔 노력할 것이다.

-언급한 약들의 주목할 점은.

학계와 정부는 조현병 환자들이 사회복귀 및 정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정신보건법 개정 등 환경도 마련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장기 지속형 약물인 인베가 트린자는 조현병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약물이다. 이에 올해에는 영업 보다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차별받던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고 사회복귀를 돕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혈액암 치료제인 임브루비카는 혁신성이 뛰어난 제품으로, 다양한 적응증 추가를 예상하고 있다.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 이 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 새로운 기전의 마약성 통증치료제 뉴신타는 기존의 약들 보다 소화기 계통 부작용을 현저히 줄이 제품이다.

-한국얀센이 지난해 그룹 본사로부터 다양한 상을 받았다고 들었다. 어떤 활동이 높게 평가받았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심퍼니의 경우, 진단이 까다로운 류마티스관절염의 진단 기준을 발전시키고 교육을 확대해 더 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하는 활동을 했다. 이 활동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 조현병 환자들의 주사제에 대한 공포 등을 개선하고자 학회, 정부와 다각적인 노력을 했다는 점도 인정을 받았다.

-유비스트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성장이 둔화 또는 정체됐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원외처방 제품이 많지 않다. 주사제, 항암제, 마약성 진통제 등이 주된 제품인데, 이 제품들은 유비스트 집계에 잡히지 않는다. 유비스트 자료만으로는 지난해 뿐만 아니라 그 전부터 계속 감소세다(웃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주력하는 건 혁신적 의약품들이다.

-얀센에서만 25년 간 근무하고 있는데, 어떤 점이 한 우물을 파게 했나.

두 번 정도 다른 회사에 가볼까 생각을 했었다(웃음). 당시를 돌이켜 보면 내가 원하는 조직을 찾아서 가겠다라는 생각보다 주변의 친구들이 떠나니 나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라는 거였다. 얀센에서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의 기업 철학과 가치가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잘 맞았기 때문인 거 같다. 철학이나 가치가 일상에서 실천되지 않으면 허상이나 다름없는데, 얀센은 철학이나 가치를 일상적인 생활에서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한다.

-공정경쟁규약 강화, 김영란법 시행 등 제약업계 영업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 대한 얀센의 전략은.

현 제약산업 관련 규제 하에선 차별화가 쉽지 않고, 그러다보니 불필요한 경쟁도 나타난다. 브랜드 차별화는 필요하지만 그보다 의료진들이, 환자들이 불편해 하는 부분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얀센은 진료에 도움이 되는 정보,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닌, 치료에 도움이 되는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높이고자 노력할 것이다.

일각에서 희귀질환, 암 등에 개별 펀드를 조성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 의견은 KRPIA에서 제한한 내용이기도 하다.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시행됐지만, 통계적으로 (보장성)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고가의 신약 등이 계속 나올 것이고 그에 따라 환자부담도 늘 것이다. 그러나 보험 재정은 제한적이고, 소수의 환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투입된다면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은 선진국들과 같이 암 등 특수질환에 별도의 기금을 마련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얀센은 다국적 제약사 중 드물게 한국 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투자 및 고용창출이란 점에서 자랑스러울 듯싶다.

솔직히 한국에 공장이 있는 회사는 훌륭하고 아니면 훌륭하지 않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제약산업은 지식산업이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제품 파이프라인 절반 이상을 크고 작은 연구소, 대학, 벤쳐기업 등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한국사회 기여에 대한 평가를 공장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보다 혁신적 기술 도입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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