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는 57년 만에 전면적인 회칙 개정을 추진했지만 ‘정족수 미달’이라는 고질병에 무산됐다. 서울시의사회 전체 대의원 178명 중 119명 이상이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해야만 정관 개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25일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 남아 있던 대의원은 114명으로 의결 정족수에 5명이 부족했다.

이날 정총에 참석해 교통비 명목으로 참석비를 받아간 대의원은 의결 정족수와 같은 119명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대의원 5명이 회칙 개정 의결 전 회의장을 떠나 정족수가 부족해진 것이다. 이들을 두고 ‘먹튀 대의원’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사실 회의 도중 대의원들이 자리를 떠 정족수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정총에서도 정족수 미달로 KMA Policy 특별위원회 구성에 실패했다. 의협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정관 개정이 무산될 것을 우려해 KMA Policy 수립 근거 조항 등이 담긴 정관 개정안을 오전에 열린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해 처리했다. 하지만 KMA Policy특위는 의결 정족수 미달로 구성하지 못했다. 특위 구성이 분과심의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 진행되면서 상당수 대의원이 돌아갔다. 결국 특위 구성은 물론 2015년 정총 이후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가 논의해 마련한 18개 안건도 KMA Policy로 채택하지 못했다.

더욱이 대의원 직선제가 시행된 이후에도 정족수 미달 사태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대의원들을 일반 회원들이 직접 선출하면서 정총 출석률은 물론, 의사회 회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간선제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의사회나 의협 회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회원이 대의원으로 선출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대의원들은 지역 회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직접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들이 회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고 의사결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의사회와 의협이 달라진다. 오는 4월 22~23일 열리는 의협 정총에서는 정족수가 부족해 안건을 의결하지 못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