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MSD, 자누비아25mg 출시하며 "모든 단계 신장애 처방 가능" 강조

9개의 신약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DPP-4(dipeptidyl peptidase-4)억제제 계열 당뇨병치료제 시장에서 최초 신약이자 시장 1위 제품인 한국MSD(대표 아비 벤쇼산)의 ‘자누비아’(성분명 시타글립틴)가 출시 10주년을 맞아 저용량(25mg) 제품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호시탐탐 1위를 위협하고 있는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성분명 리나글립틴)에 맞서, 신장질환자에게도 처방 가능한 25mg 저용량 제제를 출시한 것.

자누비아는 신장을 통해 배설돼 허가사항 등에선 고령자나 신장애 환자에겐 신중히 투여할 것이 권고되고 있다. 중증도 이상의 신장애 환자가 자누비아를 복용하기 위해선 약을 쪼개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반면 트라젠타는 간 대사 기전을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신장질환자에게 처방이 용이하다는 점을 피력해 왔다. 트라젠타는 이같은 차별점과 유한양행의 영업력을 앞세워 한국에서 출시된 4번째 DPP-4억제제임에도 자누비아를 위협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DPP-4억제제 시장(원외처방 기준)은 자누비아(복합제 포함)가 1,400억대 매출로 1위를, 트라젠타(복합제 포함)가 1,100억원대 매출로 2위를 기록했지만, 전년대비 매출 성장세는 자누비아(2%대)보다 트라젠타(7%대)가 더 컸다.

때문에 자누비아 저용량의 출시는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한국MSD의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한국MSD는 지난 2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자누비아 국내 출시 10주년 및 자누비아 25mg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저용량 제품의 안전성과 유용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MSD 의학부 이상진 이사는 “자누비아 25mg은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요하는 말기신장애환자를 포함한 중증 신장애 환자에게 투여 가능하다. 이번 25mg 제형 출시로 자누비아는 모든 단계의 신장애 환자에게 처방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TECOS 연구 참여 환자들을 대상으로 추정 사구체여과율(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eGFR) 기저 값에 따른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및 만성 신장 질환 발생의 위험을 평가한 추가 하위 분석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자누비아 투여는 신질환의 단계와 관계없이 주요 심혈관계 사건의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았으며, 임상적으로 만성 신장 질환의 발생 위험도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MSD의 승부수가 시장에서 통용될지는 의문이다.

신장애 환자들에게 자누비아 처방 시 갖는 우려는 신장 배설이란 기전 자체 때문인데, 저용량 제품 출시만으로 이러한 우려를 종식시키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간대사 제품이 나오지 않았을 때는 (말기신장애 환자 등에게) 자누비아를 쪼개서 사용했다. DPP-4억제제는 독성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아 환자를 충분히 조심시키기만 하면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장에 약제 일부가 누적될 경우에 대해선 막연한 불안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좋은 연구는 없다. 다만 DPP-4억제제가 안전한 약물이라는 점엔 이견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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