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인공지능 심사평가 체계 꿈꿔...전문가들 "심사실명제 도입 등 자료 정확성부터 높여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인공지능형(AI) 심사·평가를 통해 심사효율화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일선 전문가들은 정보의 정확성과 막대한 비용부담 등의 과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건강보험발전방향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심평원 연구조정실 이소영 실장은 “향후 의료 비용과 질의 통합관리를 통해서 의료계의 자율책임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면서 “심사 기준부터 예방, 심사, 사후관리가 선순환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실장은 “일선 의료기관의 92% 이상이 전자의무기록(EMR)을 도입했지만 표준화 및 진료정보 교류체계가 미비해 기관 내 활용에 그쳐 별도의 청구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향후 법적 효력이 있는 EMR을 만들어 이를 청구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이를 통한 인공지능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평가에 대해서는 “질평가 결과를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평가 2020' 계획에 따라 필수정보수집 및 성과중심 평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요양기관과 환자, 심평원간의 실시간 정보공유를 통해 환자중심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의신청 인정률 52%, 심사 일관·자료 정확성 높여야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심평원의 심사기준과 평가자료의 한계점을 지적하면서 무엇보다 자료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심평의학'이라는 말은 심사기준의 불명료함, 이로 인한 무리한 삭감을 대변한다. 이의신청시 인정률이 52%라고 하는 것은 첫 심사가 적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미”라며 “심평원이 명확하지 않은 심사기준과 청구명세서로 심사하면서 발생하는 책임을 의료기관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심사위원도 안밝히고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 등 심사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면서 “심사실명제를 도입하고 EMR에 기반한 사전 전산심사 기능과 심사효율성을 높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는 “장기적으로 지불제도 개선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심사와 평가는 지불제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아무도 이 이야기를 하지않는다. 지불제도가 바뀌면 심사와 평가도 바뀔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함께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상일 교수는 심평원의 심사평가 자료의 부정확성을 지적하며 “정확하지 않는 진단정보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심사결과)를 내놓는다. 자료의 정확성을 제고하지 않고서는 모래사장에 지은 집처럼 될 것”이라며 “획기적인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방안으로 그는 “건보법 개정 등을 해서 비급여 진료비 자료를 요양기관이 제출하도록 해야한다”면서 “제대로된 비용을 파악해야 보장성강화때도 비용규모의 예측이나 의료기관의 영향을 정확히 알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심사는 모든 내용을 심사하기 보다는 요양기관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강조해야한다”면서 “심사에도 DRG를 적용하자는 것인데, 총액이나 항목별 진료비에 따라 DRG를 적용해 그 범주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만 심사를 한다면 의료진의 자율적 진료를 보장하면서도 비용은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수억원의 비용부담, 정보확대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반면 병원계에서는 EMR 기반 심사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게 될 경우 비용부담 증가와 개인정보보호 논란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부위원장은 “심평원은 이의신청이 많은 기관을 불러서 교육을 한다. 하지만 뽑혀가는 집단에 포함되면 말로 설명하기 묘한 감정이 든다”면서 “그동안 너무 많은 이의신청을 한다고 인식하는데 병원이나 의사입장에서는 심사지연, 일관성없는 심사를 한다고 느끼기 때문으로, 선의를 기반으로 서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수 보험부위원장은 “의사나 공급자 집단은 과학을 중시하는 집단으로 근거에 기반해 정확하게 심사를 하면 삭감이 되더라도 다 수긍한다”면서 “힘든 것은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EMR 기반의 평가체계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는 필요하겠지만 기존의 EMR과 호환을 시켜 대규모 정보를 핸들링 하려면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또 병원에서 EMR을 활용한 차트를 사용하면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질을 높이려면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꼭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현재의 심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인공지능 심사나 EMR 연동 심사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복지부 보험평가과 이재란 과장은 “심사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는 전폭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과연 AI로 될까 싶다”면서 “개인적으로는 AI를 하면 이의신청이 더 늘고 심판청구도 더 늘어날 것 같다. 다른 심사체계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란 과장은 “심사와 관련해 EMR 연동을 이야기하는데, 정부나 공공기관이 전국민 진료정보나 기록을 보유하는 것은 계속 논란이 있었던 사안이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평가도 질환과 과정중심평가의 문제점은 공감하고 있지만 어떻게 개선할지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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