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삼세 교수, 의료현실 무시한 감정서 지적...의료인 참여 등 전문성 강조

의료분쟁 시 감정결과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의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 감정위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오삼세 교수는 지난 25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의료분쟁조정중재원 5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현재의 의료분쟁 시 감정제도는 대한민국 의사들을 감옥에 가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면서 “그동안 4,000여건의 심장 수술을 해온 나 역시 현행대로 감정을 받으면 유죄로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삼세 교수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사고감정단이 감정서를 낼 때 구체적인 감정 사유를 기재하지 않는 등 전문성이 부족하다”면서 임신 28주차에 제왕절개술을 받다가 사망한 산모에 대한 감정서를 사례로 들었다.

이 환자는 수술 중 ‘불가항력적인 산후 출혈’로 사망했는데, 감정단은 의사가 ‘과다 출혈’을 대비해 혈액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오 교수는 “순간적으로 대량 출혈이 발생하면, 수혈이 아닌 혈액 대체제 또는 승압제를 사용해 혈압을 유지한 후 수혈에 들어가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이외에도 광범위 폐색전증, 양수 색전증, 범발성 혈액응고 장애로 인한 사망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산모는 2번의 제왕절개술 경험과 조기파수, 완전전치태반 등의 위험 요인이 있던 상태였는데도 단순히 혈액 준비를 못한 것이 과실이라고 보는 것은 감정단에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재원의 의료사고감정단은 법조인 2명, 시민단체 관계자 1명, 의료인 1명, 학회 관계자 1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되는 등 의학적 자문을 해줄 전문가는 단 1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해마다 의료분쟁 상담 및 조정신청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감정단의 인프라 구축과 전문성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날 서울고등검찰청 김영태 부장검사도 "의료인 비상임감정위원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면서 ”의료감정을 전문으로 하는 상임 감정위원 또는 의료인 비상임 감정위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의료감정 업무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중재원은 감정위원의 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중재원 관계자는 “지난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감정위원 정원은 기존의 100명에서 300명으로 확대됐다”면서 “아직은 정원의 절반수준인 159명(상임감정위원 6명, 비상임감정위원 153명)만 충원됐지만, 올해 말까지 감정위원 수를 250명까지 채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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