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사회서비스공단' 해부(하)…처우개선 등 환영 목소리 많아
드라이브 거는 정부…서울시, 선도적으로 TF 꾸려 논의 본격화

새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안을 두고 보육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공단의 다른 한축인 장기요양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주로 요양보호사들인데, 민간 중심의 요양시설의 열악한 처우와 서비스 질을 바꿀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 외 전문가들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역할 변화와 함께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현실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이미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와 서비스공단 설립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모습이다.

더욱이 서비스공단이 설립되면 기존의 의료전달체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공단이 못했던 업무를 즉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복지부가 구상하고 있는 서비스공단은 현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큰 틀은 건들지 않으면서 시설을 운영하는 주체를 민간이 아닌 공공으로 돌리는 데 있다. 직영시설에게 표준서비스지침을 제공해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서비스공단 설립 추진방향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며, "시행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 및 제정 등의 단계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인데, 뜻이 있는 지자체가 기준이나 틀을 만들어 점진적으로 확대 참여하면 공공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지금은 민간이나 법인에게 위탁하면 시설의 관리감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공공성이 높은 공단을 통해 질을 높여나가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급 물살 타는 공단 설립 논의...서울시, TF 구성 등 앞선 행보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특히 정부는 서비스공단의 기능을 보육과 노인뿐만 아니라 재활, 공공의료까지 포함하는 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의료전달체계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서울시는 이미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TF를 구성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TF 구성·운영 계획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6월 1일 서울형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정부에 요청했으며, 3일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주관 간담회에서 행자부, 기재부, 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와 함께 공단 기능과 사회서비스일자리 34개 확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에 국정기획위 주관, 정부 TF를 가동하기로 했고, 서울시는 행정1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TF 구성안을 기획한 상태다.

서울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TF는 노인·장애, 보육, 건강, 법률·예산검토 등 4개국으로 구성됐으며 전문가 그룹도 만든다. 전문가 그룹에는 복지 분야와 노동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데 당초 서비스공단 설립안을 구상했던 서울여대 김진석 교수 등도 참여한다.

TF는 민간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 방안부터 서비스공단 설립 근거 및 국비지원 마련을 위한 제도, 법령 개선, 공단 운영모델 등을 논의하게 되며, 서울시 내에 TF 운영 이후 공단 설립추진반을 별도로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걱정 반 기대 반, 베일에 싸인 서비스공단

일단 서비스공단 설립에 대해 일반 시민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공청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시민 500명 중 절반이상(85%)이 서비스공단에서 시설을 직영 운영하고 직접 고용하는 데에 찬성했다.

이로 인해 사회서비스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51.2%)도 있으며, 서비스 품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65.4%), 종사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기대(66.8%)도 적지 않다.

현장 종사자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월급제 고용으로 근로조건이 안정될 때 서비스 질 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지자체의 직영운영에 찬성하고 있다.

좋은돌봄실천단 이건복 요양보호사대표는 최근 서비스공단 설립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민간 사업자 중심의 노인장기요양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면서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와 서비스 질을 개선하는 길은 국가나 지자체가 공공요양기관을 확산하는 것과 동시에 사회서비스공단을 설치·운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건복 대표는 “공공요양기관의 폭넓은 통합서비스 운영을 제안한다”면서 “현재는 시설, 재가서비스를 제공기관에 따라 구분되는데, 공공시설에 소속된 인력들이 시설, 재가, 데이케어를 순환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해 월급제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비스공단이 직영 운영함과 동시에 지역거점 공공모델을 만들어 민간이 운영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공단도 못한 장기요양 질 관리, 개선될까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장기요양의 공공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이도 있으며,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이도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장기요양보험은 개호서비스로 데이케어와 시설서비스 등이 있지만 의료서비스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사회서비스 측면에서만 보면 (설립을)찬성한다. 서비스공단이 도입되면, 돌봄이 필요한 환자의 요양병원 이용으로 인한 과도한 의료비 지출 등을 줄일 수 있으며, 낮은 요양보호사의 처우개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서비스공단 설립과 함께 장기요양을 위해서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면 도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간병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요양보호사는 처우가 낮은데다 정도 관리가 안되고 빨래나 밥을 해주는 등 돌봄기능이 안되고 있다”면서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플랜을 마련해 간호·간병서비스를 전면 도입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서비스공단이 생기면 약했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기능이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공단은 한국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다. 외국과 달리 사실상 징수기관이라는 역할이 크고 제도 계획은 복지부가, 심사는 심평원이 하는 등 분리돼 있다. 장기요양도 인정이나 심사를 공단이 하지만 서비스방식도 국가가 결정하고 있어, 서비스공단이 생기면 공단이 정부나 외부에 휘둘리는 것이 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비스공단이 도입되는 마당에 공단의 역할도 재정립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보육에서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 쉽지는 않겠지만, 인력관리와 제도 발전을 위해서 도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제2의 공단 나올까 우려...저수가 해결 필요

이와 달리 의료계에서는 취약지 등 지리적 사회적 여건을 바탕으로 한 제한적 서비스공단 설립은 찬성하면서도, 근본적으로 지자체의 공공시설 운영은 오히려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의료계 A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자율 활성화가 안될 때나 필요하지, 장기요양에도 관여를 한다면 결국은 공공시설이 방만해져 지금의 공단처럼 될 것”이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정부 안은 접근도가 떨어지는 산간지역 등이 아닌 도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안다. 이는 기존의 민간시설과 또 다른 경쟁을 하게 만드는 것으로 비효율적”이라면서 “정부는 시장실패의 원인을 진단하지는 않고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장기요양시설을 공급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차라리 지금 권한과 역할을 부여받은 공단에 대한 채찍질을 통해 제도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지금 공단은 매우 단순한 서비스에 너무 많은 직원이 있다. 하지만 급여 청구가 들어오면 정액수가라 별도의 심사를 하지 않고, 부당청구 관리감독도 안하고, 촉탁의 문제개선도 복지부가 해주고, 인정조사도 잘 안되고 있다”면서 “최근에도 계속 인력을 충원하고 있지만 정작 놀고 있는데도 감독기관인 복지부도 무관심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현 상태에서 공공시설만 늘리면 공공은 민간을 따라가지 못하고 나태해 질 것으로 봤다.

의료계 B 관계자는 “공단이 그동안 지사와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중복으로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소홀히 해왔다”면서 “현재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공단이므로 보다 효율적으로 조직을 개편해 현장점검을 강화하는 등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잡한 단체별 역할정립도 난제...신중한 설계 주문

서비스공단은 어쩔 수 없이 기존의 장기요양제도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며, 기존 사회서비스의와의 역할 정립이 현실화는 물론 성공의 필수 조건이라는 의견도 있다.

B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서비스공단이 생기면 기존의 공단 역할과 지역별 복지재단, 인증제도 등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할 것”이라며 “이러한 안이 나온 것은 기존에 시설이나 인력관리는 지자체가 하고 공단이 안 해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사회공단이 직접 인력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가보지 않은 길이라 질 향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지금 지자체에는 장기요양 담당자가 1명 정도 밖에 안된다. 무조건 공공화를 하는게 아니라 모범적인 서비스 기준이나 매뉴얼의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이 사업의 취지를 잘 모르겠다. 큰 방향에서는 공공성을 가져가겠다는 거 같지만 어떻게 확대해 나가야할지 논의돼야 할 부분이 많다”면서 “직영시설에서 민간기관에 인력을 파견하게 되면 월급은 누가 주며, 수가는 어떻게 책정할지 등 제도적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서비스공단이 한국의 사회서비스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서의 가능성은 있다고 하지만,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한국적 상황에서 서비스공단 설치는 대담한 프로젝트로 보일 수 있다”면서 “세밀한 연구가 더 필요하고 행정적, 법적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분명한 것은 공공이 민간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하자는 것은 아니며 최소한의 공공시설비중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같은 논란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더욱 분명해진 것은 사회서비스공단이 설립이 되도, 되지 않더라도 장기요양보험을 관장하는 공단의 구조조정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계 A 관계자는 “서비스공단이 생기면 건보공단의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공단이 4대 보험 통합관리를 하게 됐음에도 조직개편 등을 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방만하게 운영해왔던 만큼 이번 서비스공단 설립이 또다시 인력만 방만하고 서비스 개선이 안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B대학 교수는 “분명한 것은 서비스공단의 설립 취지가 인력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실제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을 위한 제도로 설계가 돼야 한다”면서 “종사자 처우개선, 지자체 책임성 강화 등 추구할 가치가 많지만 무엇보다 이용자 중심의 장기적 로드맵을 가지고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의료계 C관계자는 “공단의 주요 업무중 하나였던 장기요양이 서비스공단으로 위임될 경우 그에 따른 인력 감축과 업무 분장은 당연히 필요하다”면서 “공단의 역할 변화는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되며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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