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사회협력국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일명 ‘웰다잉법’의 통과로 호스피스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호스피스란 임종에 가까워진 환자가 존엄한 죽음에 이를 수 있도록 돕는 완화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안락사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임종을 유도하는 의료를 제공하는 데 반해 호스피스는 환자가 임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국내 암환자 중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은 환자는 아직 13.8%에 불과하다. 또 2016년 1월에 법안이 통과된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죽음 자체를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죽음을 잘 맞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짐에 따라 법안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보건복지부가 호스피스 확대 시범사업을 위해 의료기관 선정위원회를 열고 '자문형' 호스피스 의료기관 20곳을 선정했다. 소위 말하는 ‘빅5 병원’ 중 4곳이 이런 ‘자문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가정형 호스피스의 경우 기존 시범사업을 운영하던 의료기관 21곳에 4곳을 추가해 총 25곳을 선정해 내달 4일부터 본격적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 암에 3개 질환이 호스피스 대상에 추가돼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호스피스 서비스는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통증 경감이라는 의료적 돌봄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생의 마감이라는 사회적 돌봄까지 수행하는 것이다. 호스피스가 아직 우리나라에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의료기관을 너무 성급하게 선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이 때문이 아닐까.

호스피스는 임종을 편하게 준비하는 과정인 만큼 상급 병원 보다 지역의 1차, 2차 병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한 가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빅5 등의 대형병원은 응급실 부족으로 급성환자가 응급하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많다.

그러므로 이들 대형 병원은 급성응급환자를 우선적으로 입원시키도록 하고, 호스피스 병원에 대한 공급은 따로 늘릴 필요가 있다. 호스피스 의료기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만들고 명확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서비스는 암 질환을 대상으로만 제공돼 왔다.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추가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가다. 호스피스 병동은 꾸준히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나 병원계 관계자들은 현재 책정된 수가로는 현실적으로 시범사업을 하기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호스피스 사업을 위해서는 많은 인력 및 시설 구비가 필요한데 현재 수가로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호스피스 사업은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블루오션 시장이므로 적절한 수가가 책정된다면 충분한 공급과 질 좋은 서비스가 제공되리라 본다.

호스피스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방지하고 인간으로서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부와 병원들이 시범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호스피스 서비스를 개선, 발전시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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