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학회 배덕수 이사장 “분만인프라 붕괴할 것…럭셔리에 보험재정 쓰는 것은 원칙에 어긋나”

문재인 케어에 포함된 ‘임산부 1인실 급여화’가 우리나라 분만 인프라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배덕수 이사장은 지난 22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제103차 대한산부인과학회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임산부들이 진료비 걱정 없이 출산하게 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임산부 1인실 급여화 같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배제한 섣부른 정책은 오히려 출산 인프라 붕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는 의사와 환자, 정부 모두가 피해를 보는 불합리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배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임산부 초음파검사가 급여되면서 산부인과가 많은 피해를 봤다”면서 “하지만 임산부 1인실 급여화는 더 큰 문제다. 초음파급여화가 폭탄이면 상급병실 급여화는 핵폭탄”이라고 말했다.

배 이사장은 “임산부 1인실 급여화 정책이 시행되면 오히려 산모들이 역차별을 받게 될 것”이라며 “급여화로 인해 수가가 낮아지면 병원들이 산부인과에 배정하는 상급병실을 줄여 산모들의 불만만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또 “상급병실을 쓴다고 치료가 잘되거나 예후가 특별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의학적 필수 사항이 아닌 상급병실을 급여화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일이다. 럭셔리에 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보험의 기본 원칙에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낮아진 상급병실 수가로 인해 문을 닫는 분만 병의원들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배 이사장은 “보건복지부가 ‘가혹한 수가 인하는 없다’고 하지만 이것(임산부 1인실 급여화)은 결국 수가를 인하하겠다는 이야기”라며 “분만 수가가 낮아 비급여로 겨우 의료기관을 유지하는 곳이 많은데 산부인과에 남은 몇 개 되지 않은 비급여인 상급병실을 급여화하면 문을 닫는 산부인과가 속출하고 분만취약지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산부 1인실 급여화에 앞서 산부인과 입원실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 이사장은 “산부인과 입원실 기준을 바꾸지 않으면 의사와 환자, 정부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복지부도 이러한 문제들을 잘 알고 있다. 임산부 1인실 급여화에 앞서 입원실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배 이사장은 그동안 정부의 각종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대책 마련 및 산부인과 의료의 정상화를 위해 학회가 기울인 노력과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배 이사장은 “지난해 임산부 초음파검사 급여화에 대비해 적정한 수가와 기준을 정하고 임산부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급여화로 인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0월부터 시작될 예정인 보조생식술 급여화와 관련해서도 적정 수가와 기준을 만들어 난임 부부들의 난임시술 비용은 줄이고 우리나라의 뛰어난 난임시술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는 급여수가 체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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