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심정지 예측 AI '이지스' 도입한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 "정확도 높이고 알고리즘 정교화 시 해외수출도 가능"

심정지 발생을 24시간 전에 예측한다?

불가능하다, 혹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여겨졌던 일들이 인공지능(AI)에 의해 현실화되고 있다.

인천광역시 계양구에 자리한 심장전문병원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이하 세종병원)은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을 통해 심정지 환자를 찾아내는 프로그램인 ‘이지스(AEGIS)를 도입했다. 이지스는 인공지능·의료영상 스타트업 뷰노코리아와 세종병원이 공동 개발한 AI로 병원이 가진 심장질환 빅데이터를 딥러닝해 만들어낸 기준을 가지고 심정지를 발생 24시간 전에 예측한다. 이지스는 실시간으로 입원 환자의 호흡수, 심장박동수, 산소포화도, 혈압 등의 생체신호를 입력받고 위험징후가 포착되면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에 알려준다.

그럼 이지스는 어떻게 개발된 것일까? 정확도는 얼마나 될까? 다른 분야에도 활용이 가능할까? 세계 최초로 기술 개발은 물론 환자 진료에 도입하기까지 이를 진두지휘한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을 만나 이지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

- 우선 이지스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균적으로 입원환자 1,000명 중 5명이 심정지를 겪으며, 그 중 4명은 결국 사망에 이른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의 경우 심장전문병원인 만큼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중증도를 가진 환자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갑자기 심장마비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 의료진들은 항상 이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심장마비의 경우 발생 후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조치의 특성상 이를 통해 환자들이 완전히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징후들을 AI가 발견하고 이를 통해 환자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미리 발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서 (개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문제는 예측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고 얼리워닝스코어(EWS)를 통해서 심정지를 미리 발견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2년 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로 인공지능과 딥러닝이 이슈가 되면서 이것이 심정지 발생 알고리즘을 분석할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EMR의 도입으로 2010년부터 6년간 축척된 환자 데이터를 가지고 심정지 발생 알고리즘을 개발해보자고 뷰노에 제안했고, 그렇게 이지스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 개발업체인 뷰노와는 어떤 방식으로 협업했나.

병원은 전산적인 지원과 학술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뷰노는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부분을 담당했다. 뷰노에 전적으로 의뢰한 것이 아닌 병원과 뷰노가 함께 ‘산학협동’의 개념으로 일을 진행했다. 병원은 심정지 예측 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계획을 세우고 이에 필요한 자료를 전산에서 추출하고, 데이터를 분류하는 등의 작업을 주로 지원했으며, 뷰노는 알고리즘을 만들고 이를 정교화하는 등의 작업 AI를 활용하는 작업을 담당했다.

- 이지스가 조기경고점수(MEWS)를 통한 심정지 예측과는 어떻게 다른가.

이지스는 70%의 예측 적중률을 가지며, 고위험군(하이리스크)이 아닌 환자에서 발생하는 심정지도 찾아낼 수 있다. 기존에 MEWS가 일정 점수 이상으로 높아지면 심정지가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었지만 이를 일일이 의사가 분석 판단해야 했으며, 해당 지표를 이용한 심정지 예측의 정확도는 55% 수준이었다. 또 MEWS에 의해 고위험군이 아니라고 판단된 사람에서도 심정지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지스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환자의 생체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화면에 보여준다.

- 24시간 전에 심정지를 예측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24시간 전이라는 예측시점은 비교적 높은 적중률을 담보하면서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지스는 심정지 발생 전후의 데이터를 분석해 도출된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예측 시점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지고 시점을 짧게 할수록 적중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예측 시점을 너무 짧게 할 경우 시간 안에 적절한 조치를 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적중률과 조치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고려해 예측 시점을 하루 전 24시간으로 정했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중환자실에 설치된 모니터링실에서는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팀이 상주하며 환자들의 상태를 모니터링 한다.

- 앞으로 이지스는 어떻게 발전시킬 생각인가?

현재는 우리 병원이 가진 환자데이터만을 이지스에 활용하고 있지만 다른 병원이 가진 수많은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더욱더 정확도가 높아지고 알고리즘이 정교화될 것이다. 참여병원을 늘려서 자료를 분석, 활용해 알고리즘을 정교화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심정지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생각이다. 그렇게 된다면 해외수출 등의 상업화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 다른 부분에도 충분히 적용이 가능할 것 같다.

심정지 이외에 폐혈증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또 환자가 중환자실로 갈 확률을 줄이기 위해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는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이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것이다. 중환자실로 가는 환자들을 보며 종종 ‘환자의 증후를 일찍 알아낼 수 있었다면 곧바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생각을 AI가 현실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 이를 위해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필요한 데이터들을 축척하고 있다. 환자로부터 수집하는 혈압 등의 기본 정보 외에도 어떤 데이터가 추가적으로 필요할지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지스도 더욱 정교한 알고리즘을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알고리즘을 짤 때도 유용한 데이터베이스가 되줄 것이다. 자료를 어떻게 관리하고 축척해야 하는지 프로토콜도 마련 중이다. 또 현재는 전담부서가 없지만 데이터를 관리하는 전담 연구원을 확충할 계획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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