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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의 성패, 의료이용 통제에 달렸다

기사승인 2017.11.21  06: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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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 “건보 수익 최대 95조원 가능하지만…”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은 재정 문제다. 의학적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해서 현재 63%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오는 2022년까지 70%로 확대하겠다는 게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다. 보건복지부는 보장성 강화를 위해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이 자체가 과소 추계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문재인 케어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지부 2018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14일 회의를 시작도 하지 못하고 파행된 것도 ‘문재인 케어 예산’ 때문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복지부가 요청한 5조4,201억원이 부족하다면서 2조698억원 증액을 주장했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에 반대하면서 충돌했다.

그러나 논쟁의 초점이 너무 재정 문제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케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소 추계된 재정보다는 의료이용 통제 방안이 부재하다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복지부가 발표한 재원 조달 방안을 토대로 최대 95조4,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추계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의료이용을 통제하지 못하면 95조원이 넘는 건강보험 재정을 확보한다고 해도 문재인 케어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획상임이사와 심사평가연구소장을 지냈다.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는 청년의사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케어에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윤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56%인 공공재원 비중을 64%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를 기준으로 건강보험 수익을 추계했다. OECD Health Data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의료비에서 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 84.6%, 일본 84.1%, 영국 79.2%, 프랑스 78.8%이지만 한국은 OECD 평균(72.5%)보다 낮은 56.4%에 불과하다. 보험료율도 독일(15.5%)이나 영국(12.0%)의 절반 정도인 6.12%다.

윤 교수는 복지부가 재원 마련 방안으로 발표한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건강보험료 인상, 국고지원 확대에 따라 수익을 추계했다. 건강보험 누적적립금 20조원 중 절반인 10조원 사용, 매년 보험료 인상률 3.2% 유지, 국고지원금 13.8%에서 17%로 확대하면 85조4,0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누적적립금 20조원을 모두 보장성 강화에 쓰면 최대 95조4,000억원이 마련된다.

윤 교수가 추계한 건강보험 수익은 복지부가 2022년까지 보장성 강화에 투입하겠다는 30조6,000억원보다 3배나 많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국민의료비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자료제공 :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

지난 5년 동안 국민의료비는 연평균 7.5%씩 증가해 왔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6년 기준 125조원이던 국민의료비는 2022년에는 193조원으로 증가한다. 보장성 강화로 공공재원 비율이 64%로 확대됐다면 193조원 중 건강보험에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국고 지원 제외)은 104조원 가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최대 건강보험 수익(95조4,000억원)보다 많다.

이는 그나마 향후 5년 동안 국민의료비가 기존보다 더 가파르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렸다. 국민의료비 연평균 증가율이 10%로 올라가면 2022년에는 국민의료비가 222조원으로 증가하며 이 가운데 건강보험에서 120조원을 지출해야 한다.

이에 윤 교수는 국민의료비 연평균 증가율을 5%로 통제해야 건강보험 수익과 지출을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료비가 연평균 5%씩 증가하면 2022년에는 168조원으로, 건강보험에서는 90조원을 지출하면 된다.

자료제공 : 고려의대 윤석준 교수

“적정 수가 보장하고 의료이용 통제 수단 마련해야”

문재인 케어의 성패가 의료이용량 통제에 달렸다는 의미다. 윤 교수는 인터뷰 내내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기반으로 한 문재인 케어가 현실에 뿌리내리려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 방향은 맞다. 문제는 가격적인 면에서 부담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이용량이 증가할 텐데 이를 통제하는 방안이 없다는 데 있다”며 “국민의료비 연평균 증가율이 지금 수준인 7.5%만 돼도 확보 가능한 건강보험 수익 최대치보다 재정이 더 필요해진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률 70%, 공적재원 비중 64%까지 확대하려면 국민의료비 증가세를 늦출 수 있도록 조정하는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전달체계가 됐든 지불체계가 됐든, 의료이용량을 통제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자유롭게 이용하던 의료서비스를 통제하겠다고 하면 저항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표가 떨어지더라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국민들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도 했다.

의료이용을 통제하는 정책을 마련할 때 공급자인 의료계가 협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발표하자 의료계는 자신들을 희생시키려 한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도 이야기한 것처럼 적정 수가로 보장해주면서 의료이용량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확실한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 의료이용 통제 수단은 주로 종별로 가격차를 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료이용 패턴을 바꿀 만큼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의료전달체계와 지불체계를 손보지 않으면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될 수 없다. 결국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심성으로 내놓는 보장성 강화 정책에 그칠 뿐”이라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무엇보다 비정상적으로 커지고 있는 비급여 시장을 잡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동네의원이 건강보험 진료만으로 경영이 가능하도록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의료계가 반발하는 건 비급여로 수익을 보전하던 부분이 제도권 내에 들어오면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 때문”이라며 “이런 불신들이 해소될 수 있게 제대로 보상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의원급은 10분 이상 환자들을 진료하고도 경영이 될 수 있도록 진찰료를 대폭 인상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문재인 케어 반대를 위한 장외투쟁까지 예고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해서는 “논의 구조에 참여해서 요구할 부분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얻어내는 게 현명하다”고 했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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