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평수 차의과학대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

보장성 강화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건강보험에서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급여범위를 넓히고 본인부담 수준을 낮춰야 한다. 이에 급여범위를 넓히는 방안으로 비급여의 급여화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보장성 강화라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급여화에 따른 수입 감소와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보장성 강화 물론 건강보험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수용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급여를 활용하지 않아도 건강보장이 가능해야

이평수 차의과대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

비급여는 건강보장 수단으로서 건강보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질환이나 증상, 의료행위의 방법과 물품 등이 해당된다. 전자는 미용이나 단순 피로 등으로 그 시대 상황에서 건강보장의 대상으로 부적합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이다. 이에 반하여 후자는 질환이나 증상 등의 대처에 활용하는 기술이나 물품 등으로 그 자체가 의료수단으로서 안전성이나 효과성이 미흡하거나, 안전성이나 효과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미흡한 경우이다. 미용이나 단순 피로 등이 전자에 속하고, 로봇수술이나 초고가 항암제 등이 후자에 속한다.

비급여는 관리방법에 따라 법정비급여와 임의(의학적)비급여로 구분된다. 법정비급여는 미용 목적의 성형이나 병실료 차액 등 법규에 비급여로 명시된 것이고, 임의(의학적)비급여는 원칙적으로는 급여의 대상이나 상황에 따라 그 횟수나 수량이 제한되는 것들이다. 급여가 제한되는 구체적인 상황은 급여기준이나 심사기준 제시되므로 기준비급여라고도 한다.

그간 비급여 문제는 돈의 문제로 그 기준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보험재정의 한계로 초음파나 CT 등을 비급여로 했고, 건강보험의 보상 수준을 감안한 요양기관의 경영상태를 고려하여 병실료 차액이나 선택진료비 등을 비급여로 하였다. 즉, 안전성, 효과성이나 경제성 등 원칙과 상관없이 재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환자들에게 부담시킨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의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른 신기술과 신약의 급여화라는 사회적 요구가 더해졌다.

건강보험이 도입된 지 30년이 되면서 보장성 강화라는 화두가 제기되었다. 그 결과로 4대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보장성을 강화해 왔으나 지속적인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보장률은 10년 전에 비하여 떨어진 상태이다. 건강보험 도입 40년이 된 현재 보장성 깅화를 위한 비급여의 급여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원칙이 필요할 것 같다.

현 시점에서 건강보장 대상이라고 할 수 없는 질환이나 증상은 법정비급여로 하여 필요를 느끼고 경제적 능력이 있는 개인은 자신의 부담으로 대처하게 하는 것이다. 의료행위나 물품 등은 개별 항목의 비용 크기(소요 재정)와 상관없이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고 경제적인 것은 모두 급여에 포함시켜야 한다. 반대로 안전성과 효과성이 미흡하거나 안전성과 효과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미흡한 경우는 비급여로 하는 것이다.

비급여에 대해서는 항목별로 비급여의 이유를 공개하여 비급여를 활용하지 않아도 건강보험에서 추구하는 건강보장에 지장이 없고 충분하다는 것을 제시하여야 한다. 동시에 경제적 여유 등으로 비급여 활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정한 정보도 제공하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비급여의 활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제공함으로써 비급여의 제공과 이용을 부담스럽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의(의학적)비급여의 문제는 숙제로 남는다. 이는 행위별수가의 한계로 행위별수가를 활용하는 한 당사자 간 협의와 조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급여의 급여화 한계와 그 극복을 위하여

비급여의 급여화에 대한 당사자인 의료계의 반발은 보상과 규제에 관한 것이다. 비급여이던 질환이나 증상 등이 급여에 포함되는 것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행위별수가를 적용하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행위나 물품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기존에 비급여이던 행위나 물품 등이 급여화되는 경우는 관심 대상이다. 보상 측면에서는 기존 관행수가 대비 보험수가 수준이다. 당연히 관행수가 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행위나 물품의 활용 결과(진료비 청구)에 대하여 심사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규제가 따른다. 즉, 수입의 감소와 규제의 강화가 예상되는 것이다.

그러나 급여화 항목에 대하여 특별히 통상적인 경우 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심사 또한 별도 적용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개별 보상 수준은 최대한으로 하되, 보상 방법은 항목별 직접 보상의 한계를 수가인상 등 포괄 보상에 포함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적정수준에 대해서는 누구도 절대적인 답을 요구하거나 제시할 수 없을 것이다. 원가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으나 원가는 개념상의 수준이지 현실적인 수준은 아니어서 산출하기도, 적용하기도 불가능하다.

현 행위별수가를 활용하는 한 비급여의 급여화에 대한 보상과 적정보상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의학적비급여 내지는 기준비급여에 대한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가르등에서 벗어나 진료의 자율권을 확보하는 방안은 포괄수가의 적용이다. 따라서 현재는 제한된 상황에서 갈등 최소화 방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갈등을 줄이고 재정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행위나 약제 등에 대한 지속적인 재평가가 요구된다. 즉, 기존 행위나 약제를 지속적으로 재평가하여 안전성, 효과성이나 경제성에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는 퇴출하는 방안이 활용돼야 한다. 특히 새로운 행위나 약제가 급여화할 경우 대체 가능한 행위나 약제에 대한 상대평가로 퇴출이나 가격인하 등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