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 이현진 교수 “환자 뿐 아니라 직원과 보호자 모두 배려하는 병원으로 디자인돼야”

진정한 환자 중심의 병원이 되기 위해선 그 안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나 환자 보호자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양대 의료공간디자인학과 이현진 교수는 한국헬스케어디자인학회가 지난 7일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혁신센터에서 개최한 ‘2017 HCD Expo+Conference 및 메이요 클리닉 투어 참가자 지식나눔 세미나’ 발제에서 환자 경험을 중시한 미국 사례들을 설명하며 “환자 중심의 병원 되려면 병원 직원과 보호자 모두를 고려하는 디자인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병원에 들어서는 단계부터 환자들을 위한 모든 편의가 제공돼야 한다”면서 "차를 가지고 오든, 응급차를 타고 오든 모든 환자에게 편안한 병원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과연 ‘환자만’을 중심으로 병원을 디자인한다고 병원이 좋아질지는 의문”이라며 "병원에는 환자 이외에도 그 보호자와 근무하는 직원들까지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즉, 환자 안전을 위해 의사, 간호사를 포함한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중요하며 병원 디자인에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과도한 업무로 간호사들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약물 남용 및 자살 충동이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간호사들의 빈번한 퇴사는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간호사가 행복해야 환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이는 환자 보호자들도 마찬가지”라며 “중환자 보호자들은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 및 우울증을 경험하고, 수면장애와 피로감을 자주 느끼게 된다. 병원 내에도 보호자들이 잠시나마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방문한 플로리다 VA 메디컬 센터와 Nemours 어린이병원의 특색을 소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재향 군인을 위해 설립된 VA 메디컬 센터는 병상 수가 134개에 불과하지만 주차는 3,100대나 가능하다.

특히 외래진료부와 병동 사이에 주차장 건물이 지어져 환자와 직원들이 편하게 주차를 하고 병원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Nemours 어린이병원은 가족중심 케어를 가능케 해 환자를 안정시키고 보호자 만족을 높였다.

어린이 환자는 가족들이 직접 돌보는 경우가 많기에 가족구성원을 수용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큰 병실을 제공을 하고 그 안을 가족 공간, 환자 공간, 간병 공간으로 분리한 것이다.

또 병원 외관 조명을 어린이 환자들이 매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볼거리 제공은 물론 병원 생활의 지루함까지 날려버렸다.

이 교수는 “환자의 빠른 치유를 위해선 결국 환자뿐 아니라 병원 안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행복해야 한다”면서 “이에 직원과 보호자 모두를 고려하는 인간 중심적 병원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환자 경험을 높이기 위해 기부 문화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명지병원 박상준 연구부원장은 “환자 경험을 좋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한 시설이나 디자인 등은 모두 재정과 연결돼 있다”면서 “미국의 좋은 병원 가보면 명화들이 많이 걸려있는데 그게 다 기부 받은 것들이었다. 우리도 기부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잘 만들어서 이를 환자들에게 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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