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내년 초 법안 통과 후 예비비로 추진...진흥원 차원 직접 수요·공급 관리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공약이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올해 안에 공단 설립을 위한 법안을 발의해 내년 하반기에는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복지부는 민간 중심 장기요양시설의 거부감 등을 고려해 ‘공단’ 대신 ‘진흥원’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시도 단위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공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1일 국회의원회환 제9간담회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 공동주최로 '사회서비스공단, 공공성을 다시 묻다'라는 긴급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사회서비스공단설립이 제외된 점, 최근 공개된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계획안 등이 발단이 됐다.

정부가 약속한대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적극 추진하지 않은 데다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안에 공공서비스를 ‘직접 공급’이 아닌 ‘민간 지원’으로 한 점을 두고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은 공약이 후퇴됐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에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당초 공약대로 공공시설을 통한 사회서비스 제공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의 예산 투입 및 조속한 시행을 주장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사회서비스공단의 본래의 취지와 달리 사회서비스진흥원으로 축소되고 공공인프라 확충, 종사자의 안정적 일자리 제공도 약화돼 돌아가고 있는 것에 안타깝다”면서 “사회서비스공단 예산안이 설계에 없다는 부분도 죄송하게 생각한다.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더민주 김상희 의원은 “사회서비스공단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사회서비스 제공에 합당한 대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앞으로 더 활발한 논의와 수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군구마다 2개소씩 통합재가기관 도입해야

토론회에서는 사회서비스공단이 재가장기요양 개혁을 핵심 목표로 추진되는 만큼 통합재가급여 및 통합재가기관이라는 새로운 공급기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의 노인장기요양제도 급여체계, 수가 및 수가체계, 서비스 공급체계 등을 재편하는 사회서비스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석재은 교수는 “사회서비스공단은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사회서비스공단이 공공시설 신설 및 공공직영, 민간 시설 인증 및 규범 준수 견인의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이를 위해서는 공공성 담보를 위한 공급체계로 재편하고 비용 확보 및 투입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장기요양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통합재가기관을 도입해 시군구마다 평균 2개소씩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거점 재가기관이 설립되면 2020년까지 475개소에서 기관당 280명을 수용, 재가서비스 수요(47만4,000명)의 20%인 9만4,923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관당 20억원의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오승은 정책기획차장은 “지난 10월 복지부의 사회서비스진흥원 설립계획안을 보면 직영범위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다. 국가의 공급체계 강화가 아닌 전반적인 지원 및 통합기능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이는 공약이 후퇴한 것으로, 사회서비스공단은 통합재가거점기관을 시범사업으로 두면서 온전히 공동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단의 직접 운영에서 출발해야 직접 고용도 가능하고 민간 견인 효과도 있다”면서 “사회서비스공단은 국가의 공급책임 강화에 역할을 집중시키고, 급여 관리는 건강보험공단의 기능권한으로 두면서 두 공단간 연계를 통해 내실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서기현 소장은 “다양한 제도를 통일성 있게 바꾸지 않고 공단만 만든다고 부족한 공공성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며 “예산이 적게 투입되면 민간기관과의 차이가 적어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고, 공단이 나서면 민간은 경쟁력이 약화돼 전체 서비스 질이 저하되고 선택받은 소수만 공단에서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양난주 교수도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이야기 이외에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반성부터 필요하다”면서 “국공립 인프라 확충을 위해서도 표준화된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운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수가 및 지원체계 방식 등 전반적 틀 마련"

하지만 이같은 우려에 대해 복지부 이상희 과장은 “공약으로 나온 사회서비스공단을 이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시설확충에 반대하고 민간에 지원을 더 잘해달라고도 한다”면서 “그러나 국가가 설치한 시설은 현 수가 지원방식으로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며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 추가 재정이 필요한 것도 맞다. 공단은 많이 확충해도 20% 정도일 뿐 나머지는 민간이라 어떻게 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서비스공단 이외에 사회서비스의 모든 체계를 바꾸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진입부터 퇴출, 평가, 시설확충, 운영, 처우개선, 서비스제공방식, 매뉴얼 등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사회서비스공단이 후퇴했다고들 말하지만 로드맵을 갖고 진행하고 있다. 금년에 법안을 발의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내년 초에 법안을 통과시켜 하반기에는 몇 개 지자체를 선정해 선두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법인이나 시설관리 업무, 공공체계 개편, 수가나 지원체계 방식 등 전반적인 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공단은 지원과 관리, 감독 조직이 아닌 일산병원과 서울요양원처럼 직접 운영해 가능한지를 보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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