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의학기사단의 <환자혁명> 비판
암 환자의 절대생존율과 상대생존율을 다시 한번 상기해봅시다.
5년 절대생존율 29% → 암 환자 100명 중 29명은 5년 이상 생존한다.
5년 상대생존율 90% → 일반인이 5년간 100명 생존할 동안 암환자는 90명 생존한다.
조한경씨는 현대의학이 암의 치료성과를 부풀리기 위해 상대생존율이라는 편법을 쓴다고 하죠.
"…유방암 생존율을 검색해보면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거의 90% 가까이 나온다(89.7%)…생존율 89%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암에 걸린 환자 100명 중 89명은 죽지 않고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그렇다면 실제로 일반인들이 인지하는 유방암 환자의 진짜 생존율은 얼마나 될까? 절대생존율은 29%다.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71%는 치료를 받다가 5년 내에 사망한다는 것이다." (환자혁명, 256~257p)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거의 90%인데 절대생존율은 29%라니 이게 뭔 소릴까요? 누구나 알듯이 생존율은 초기암일수록 올라가고, 말기암일수록 떨어집니다. 그럼 유방암의 절대생존율이 29%라는 건 초기암의 생존율인가요, 말기암의 생존율인가요? 아니면 1~4기까지 유방암을 모두 합한 전체 생존율(overall survival rate)을 말하는 건가요? 이런 식으로 애매한 소리를 늘어놓는 건 둘 중 하나죠. 자기도 무슨 소린지 모르거나, 일부러 남을 속이려는 겁니다.
저자의 말대로 상대생존율 89.7%, 절대생존율 29%로 계산을 해봅시다. 그럼 일반인의 5년 생존율이 32.3%가 나옵니다!
우리도 모르는 새에 동네 사람 3명 중 2명이 5년 내에 사망한다는 뜻입니다. 충격적이지요? 진짜로 그럴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절대생존율 29%가 틀린 겁니다. 조한경씨가 주장한 29%와 가장 가까운 수치는 ‘유방암 4기(말기)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입니다. 아니, 여기서 왜 갑자기 말기암 통계수치가 나오냐고요?
바보야, 문제는 병기별 생존율이야
암 표준치료는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 느닷없이 말기암 생존율을 들고 나온 겁니다. 말기암이란 보통 수술이 불가능하고, 완치가 어렵다는 사실은 의사도 알고, 환자도 압니다. 유방암 생존율 90%를 운운하다가 절대생존율이랍시고 말기암 생존율을 내미는 것은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염된 자료'입니다. 말기 암환자의 생존율을 갖고 암 치료가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90세 이상 노령층의 5년 생존율을 갖고 흡연과 음주는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몰라서 그러는 건지, 죽음을 무기로 환자들을 겁주려는 건지 알 수가 없네요.
암 환자의 생존율에서 중요한 것은 병기별 생존율입니다. 암이 진행될수록 5년 상대생존율은 급격히 떨어집니다(그래프1). 그래서 암은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조한경씨는 조기 검진은 극구 반대하죠. 이런 말을 믿다가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어쩌자는 걸까요? 5년 생존율 29%에 들어가라는 걸까요?
생존율 100.5%, 이해가 안 되면 물어보지 그랬어?
저자는 상대생존율의 허상을 드러낸답시고 갑상선암의 예를 듭니다.
"일반인들에게 '갑상선 암 생존율은 100.5%인데, 이를 설명하시오.’라고 질문하면 답을 못한다. 아니, 의사들도 상당수가 의아해한다. 보건당국의 설명은 이렇다.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암이 없는 보통 인구의 생존율과 비교하는 상대 비율로, 100%가 넘게 나오는 것은 암 진단 및 치료 뒤 건강 관리에 힘쓰다 보니 보통 인구의 생존율보다 더 높게 나온 것이다.’ 할 말이 없다. 그냥 그러지 좀 말자는 것이다." (환자혁명, 257p)
본인이 질문하고, 본인이 답하고, 본인이 화를 냅니다. 혼자만 모르는 것 같으니 설명해드리지요. 보통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생활습관이 많이 변합니다. 술과 담배를 끊고, 운동도 하고, 음식도 잘 챙겨먹고, 충분한 휴식도 취합니다. 그러다 보면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야근도 하고, 식사를 대충 때우는 사람들보다 건강이 더 좋아지기도 합니다. 특히 갑상선암처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암이 그렇습니다. 상대생존율 100.5%는 이런 효과가 반영된 겁니다. 학문적으로 ‘건강한 환자 효과(healthy patient effect)’라고 하지요.
조한경씨는 또 음모니, 거짓말이니 하며 혼자서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암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상대생존율을 100%로 만드는 겁니다. 암환자가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자는 것이죠. 현재 갑상선암은 그 목표에 가장 근접한 암입니다.
조한경씨, '유방암 환자 5년 생존율 90%', '갑상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 100.5%'가 무슨 뜻인지 이제 알았습니까? 왜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의사들에게 화를 냅니까? 모르면 공부를 하든지 겸손하게 물어보세요. 학문의 세계는 당신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습니다. 오직 무지한 자만이 모든 것을 안다고 착각합니다. 전문가보다 더 자신감이 넘치지요. 학문의 세계가 얼마나 심오한가 하면 이미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 다 규명되어 있습니다.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하지요(그래프2). 잘 알아두세요.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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