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 시작한 원광대·단국대…반대 부딪혀 정원 조정한 예수대
서남대 재학생들의 특별편입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간호학과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 진통이 예상된다. 특별편입학을 진행하는 대학들의 모집요강이 속속히 발표되자 해당 대학 간호생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
내달 28일 폐교되는 서남대는 교육부의 폐쇄명령에 따라 의대의 경우 전북지역, 의대를 제외한 학과생들은 전북과 충남 등 인근지역 대학에 편입학 된다.
이에 최근 원광대, 군산대, 나사렛대, 군장대, 예수대 등은 간호학과를 포함한 일부과에 대해 서남대 특별편입모집 공고를 냈다.
그 중 원광대는 간호학과에 305명을 모집하겠다고 밝혔으나, 간호대생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모집요강이 발표되자, 원광대 교내에 간호학과 학생회가 붙인 ‘누굴 위한 결정입니까?’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는 ‘서남대 간호학과 원광대 특별편입 반대’글이 올라왔다.
원광대 간호학과 학생회는 대자보를 통해 “원광대 간호학과는 서남대 간호학과 학생을 받아들일 준비도 되지 않았을 뿐더러 재학생들을 위한 여건도 제대로 돼있지 않아 기본적인 학습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용 불가 이유를 크게 ▲시설 부족 ▲성적처리 형평성 문제 ▲학과 인증평가에 악영향으로 들었다.
이들은 “원광대 간호학과에는 400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지만 강의실은 7개(멀티미디어실 1개, 강의실 6개) 뿐”이라며 “시험장이 부족해 현재 수업을 듣고 있는 건물이 아닌 60주년기념관(행사장)에서 시험을 보는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서남대 편입생들로 구성된 분반이 생겼을 때 원광대생들로 구성된 분반의 학점과 같이 평가 돼, 성적 장학금, 기숙사 입사 등에 불이익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그 외에도 교과과정 차이로 인한 이질감형성과 전체 학습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원광대는 또 학생대비 부족한 교수의 숫자, 강의실, 실습실의 부족 등으로 2년에 한 번씩 교육기관 인증 평가를 받고 있다”며 “서남대 간호대생들이 대량 유입된다면 인증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23명을 모집하는 단국대 간호대생들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반발했다.
자신을 단국대 천안캠퍼스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서남대 간호학과 학생들을 특별 편입시키는 것이 재학생들과 신입생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편입생의 유입으로 재학생들은 기숙사 이용 등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단국대 간호학과 수시 입결 학생부 평균은 2.45등급이며 최저학력기준이 존재한다. 그러나 서남대 간호학과의 경우 학생부 평균이 4.97등급으로 상대적으로 낮고 최저학력기준도 없다.
이에 청원인은 “입시에서 서남대와 단국대 간 많은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단국대로 편입한다면 재학 중인 학생들과 입학을 기다리는 예비 신입생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상태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이는 또 일반편입을 위해 영어필기고사를 보고 합격해 재학 중인 편입생들에게도 부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또 “현재 단국대 기숙사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태”라며 “서남대생들이 편입돼 기숙사를 이용할 경우 기존 재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혀 간호학과 입학정원을 조정한 학교도 있었다.
예수대는 간호학과에 215명의 서남대 특별편입생을 받으려 했으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대로 협의 끝에 모집정원을 76명으로 감축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의대생들도 편입과정에서 간호학과를 비롯한 타과 생들의 기본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류환 회장은 “서남대 폐교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간호학과를 비롯한 다른 과 해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의대협은 간호학과 등 다른 과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고 각 총학생회와 협력해서 궁극적인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류 회장은 “학생들과의 협의를 거쳐 모집정원을 조정한 모범사례를 수집하고 각 학교별 교육여건에 맞는 합리적인 특별편입이 이뤄질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특별편입학을 준비하는 대학들도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하여 적정 수준의 편입학 정원 및 교육여건 개선 방향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