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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의학기사단 인터뷰] “잘못된 정보는 악마와 같다”

기사승인 2018.01.09  0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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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혁명> 문제점 공론화한 이유와 향후 계획 밝혀

인터넷 카페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의학적으로 근거 없는 방법을 자연주의 치유법으로 제시해 아동학대 비난까지 받았다.

<환자혁명> 저자 소개

그런데 ‘제2의 안아키’라는 비판을 받는 책이 있다. <환자혁명>이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이 책을 쓴 저자는 조한경씨로 미국에서 카이로프랙틱 자격증을 취득했다. 하지만 스스로 '척추신경전문의'라고 호칭하며, '닥터 조', '의사' 등으로도 불러서, 의사(medical doctor)인 듯한 오해를 부른다. 실제로 <환자혁명>의 저자 소개 첫 문장은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 오라'고 외치는 대신, '자기 병에 더 큰 관심을 가지라'고 잔소리하는 의사"이다. 한국에서 카이로프랙틱은 국가공인자격이 아니며, '척추신경전문의'라는 용어도 거의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환자혁명>이 제2의 안아키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그 내용에 있다. 독감 백신에 부정적이고 감기에 해열제 복용은 도움이 안된다거나 항암치료는 철저히 실패한 치료법이라고 주장한다.

<환자혁명>이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화한 게 ‘퇴마의학기사단’이다. 퇴마의학기사단은 전문의 9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조직이다. 이들이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청년의사를 통해 게재하고 있는 칼럼 ‘환자혁명 비판’은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청년의사는 퇴마의학기사단과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추구하는 바와 <환자혁명>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나선 이유 등에 대해 들었다. 퇴마의학기사단은 <환자혁명>을 쓴 조한경씨를 직접 고발할 계획은 없지만 필요하다면 이 또한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 퇴마의학기사단을 조직한 이유는 무엇인가.

누군가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게 해가 되는지를 모른다. 그때 그게 나쁘다는 것,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귀찮고, 자기에게 이익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공연히 시간과 감정만 소모하게 되니 가만히 있어야 할까? 우리는 아무 것도 바라는 게 없다. 그저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

안아키 사태 때 많은 사람들이 혀를 차고 개탄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무자격자가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이상한 정보를 마구 퍼뜨리는데, 보건복지부도, 경찰도, 대한의사협회도, 언론도 나서지 않는다. 구체적인 피해가 있어야 처벌하거나 보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이 벌어진 뒤에야 나설 수 있다니 이게 말이 되나. 그래서 우리라도 나서자, 일단 사람들에게 알리기라도 하자고 모였다.

- 퇴마의학기사단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환자혁명> 책을 읽으며 경악을 넘어 분노를 느끼던 중 SNS를 통해 서로 연결됐다. ‘퇴마’라는 말은 영화 <엑소시스트(The Exorcist)>에서 힌트를 얻었다. 무책임한 매체들을 통해 전염병처럼 퍼져있는 잘못된 정보는 선량한 사람을 괴롭히는 악마와 같다. 사람들은 의학적 지식이 없기 때문에 달콤한 말에 쉽게 넘어간다. 이런 정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리기 위해 ‘퇴마’라는 이름을 택했다.

- 퇴마의학기사단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

퇴마의학기사단은 9명의 젊은 전문의로 구성돼 있다(소아청소년과 3명, 내과 1명, 응급의학과 1명, 영상의학과 1명, 재활의학과 1명, 이비인후과 1명, 정신과 1명). 필요한 경우 다른 전문의들이나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자문을 받는다.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국내 여러 대학 교수들, 미국 플로리다와 LA에 있는 해외 의사들과 미국 변호사 한 분이 도움을 주고 있다.

- 실명이 아닌 ‘퇴마의학기사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내부에서도 누군가를 지목해서 비판하려면 실명을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실명 공개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첫째는 우리가 느슨한 조직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근거가 명확한 글을 통해 퇴마의학기사단으로 활동할 수 있다. 하다가 바쁘면 언제라도 쉴 수 있다. 둘째, 우리 사생활과 SNS 활동을 보호할 필요도 있다. 물론 조한경씨도 사생활이 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이름을 걸고 책을 냈으니, 그 내용이 잘못됐다면 당연히 해명을 하든, 사과를 하든 책임이 있다. 셋째, 공연한 공명심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어쨌든 우리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단체로 존재하는 데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임이 따른다면 당연히 개인으로서 나설 것이다.

- 퇴마의학기사단을 구성하고 첫 번째 활동이 조한경씨가 쓴 <환자혁명>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우리는 <환자혁명>이 나오기 전부터 조한경씨가 유튜브를 통해 수상한 정보를 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후 책이 나왔다. 건강 관련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오르는 것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 책은 ‘안아키’로 물의를 일으킨 출판사에서 냈다. 돈이 되면 사람들이 다치든, 건강을 잃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조한경씨의 프로필을 보고는 경악했다. 의사가 이런 주장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해서 현지에 알아보니 카이로프랙터가 의사라는 주장은 말장난을 이용한 허위였다. 이 사람의 인터뷰나 프로필을 보던 중 뭔가 맞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학력을 알아 봤다. 조한경씨는 자기 경력을 교묘한 방법으로 호도해서 사실이 아닌 내용도 사실처럼 믿게 하려고 한다. 정말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나서게 됐다. 우리는 아직도 조한경씨의 학력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행적에도 미심쩍은 점이 많다고 본다.

정말 문제는 이렇게 해외학력을 내세워 무슨 대단한 경험과 지식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사이비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번에 알게 됐다. 국제화 시대라지만 아직도 우리는 외국 사정에 어둡다. 나라마다 의료인의 자격과 호칭이 다양해서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런 점을 악용해서 현대의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파고든다. 이분들이 그렇지 않아도 절망과 고통에 시달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악마 같은 자들이다. 몇 명을 주시하고 있다.

조한경씨가 지난해 12월 21일 인터넷 카페 '기능의학플러스'에 올린 글 중 일부 캡쳐.

조한경씨는 퇴마의학기사단이 제기한 학력 의혹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며 해명했다. 조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인터넷 카페 ‘기능의학플러스’에 올린 글을 통해 “책의 저자 소개에 ‘USC를 졸업하고 2000년 카이로프랙틱 척추신경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다’는 부분과 병원 홈페이지에는 2005년 USC 경영학을 전공했다고 기록돼 있는 부분이 시기적으로 일치하지 않아 얼마든지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USC의 ‘마샬스쿨’이 MBA(경영학석사) 과정으로 잘 알려져 있어서 학력을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 또한 억측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USC 학부과정을 2005년 졸업한 것이 맞다. 그리고 카이로프랙틱 의대는 2000년 졸업한 것이 맞다”며 “USC에 카이로프랙틱 과정이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USC는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약자이고 제가 졸업한 카이로프랙틱 의대는 Southern California University of Health Science로 서로 다른 학교”라고 했다. 조씨는 이 카페 ‘닥터조의 단상/일상’이란 게시판에서 활동해 왔지만 지난 3일 탈퇴했다.

- 조한경씨의 <환자혁명>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에게 해가 된다는 거다. 우리의 비판을 통해 알 수 있듯 <환자혁명>의 내용은 거의 모두 근거 없는 허구다. 잘못된 정보인 것이다. 이걸 믿게 하려고 현대의학을 비난한다. 현대의학의 한계는 분명 있다. 그런데 그걸 절감한 분들이 이 말에 귀를 기울이면 매우 해롭다. 예를 들어 이 책을 읽고 항암치료를 거부하거나, 혈압약을 끊으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물론 환자가 자기 병을 알고 충분한 영양과 운동, 휴식을 중요시 하는 건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현대의학의 큰 흐름을 따르면서 영양, 운동, 휴식을 챙겨야지, 그것만으로 모든 병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다는 건 거짓이다. 상술인 것이다.

- 지금까지 10회에 걸쳐 조한경씨의 학력과 <환자혁명>의 오류를 지적했는데, 여전히 그를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사람들도 있다.

<환자혁명> 지지자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①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본인이 진료 받았던 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있는 분들.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 조한경씨를 선택한 분들이 있다. 이건 우리 글에서도 언급했듯 복합적인 문제라 이 분들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의사도 환자도 정부도 같이 더 노력해야 한다.

② 과학과 비과학, 사실과 의견, 참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분들. SNS나 네이버 블로그 같은 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럴싸하게 포장된 비과학적인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다. 아무리 사실을 알려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과학적 사고보다 음모론을 믿는다. 지금으로서는 답이 없다.

③ 조한경씨의 말을 듣고 실제 효과를 본 분들. 이런 분들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위약 효과는 아주 강력하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어떨지는 의문이다. 허현회란 분이 있었다.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사실 건강이든 투자든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지 억지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본인에게 효과가 있다고 다른 분들에게 권유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④ <환자혁명> 책의 세세한 내용들은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전체적인 흐름(영양, 운동, 휴식)만 받아들이는 분들. 좋은 자세다. 검증된 양질의 의학서적을 읽고 기초를 다지면 자연스럽게 <환자혁명>을 거부하게 될 것이다. 다만 책을 고를 때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는', '비법', '혁명' 등이 써진 책은 일단 피하는 게 좋다.

⑤ <환자혁명> 책이 잘못된 것은 알지만 그래도 조한경씨를 지지하는 분들. 할 말이 없다. 그건 종교지 의학이 아니니까. 그러나 본인의 이익을 위해 알면서도 지지하는 나쁜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 속지 않는 것이 삶을 사는 지혜다.

⑥ <환자혁명>으로 조한경씨를 처음 안 분들. 대부분 여기 속할 것이다. 우리가 쓴 글을 읽으시라. 그리고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 조한경씨의 <환자혁명>이 첫 번째 사업이라고 했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시리즈는 조만간 끝난다. 그 이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다만 이번 일에서 얻은 노하우를 이용해 미신적인 정보를 지적하고 경고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치면 쉬고 다른 분들이 참여하는 식으로 의사 사회에서 하나의 운동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이런 움직임을 통해 의사 입장에서도 환자들과의 소통에 새로운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 퇴마의학기사단에 동참하고 싶은 전문가들은 어떻게 하면 되나.

언제나 사기꾼은 있었고 자기기만에 빠진 사이비들도 있었다. 안아키 사태가 터졌을 때 다들 사이비 한의사 김효진과 그에 농락당했던 부모들의 무지를 비난했지만,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자신의 건강과 의학 지식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는데 제대로 된 지식을 얻을 공간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TV에서는 소위 쇼닥터라는 의사/한의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무책임하게 내뱉고, 시청률에 목을 매는 언론은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 인터넷에서는 온갖 정체불명의 대체의학자들이 경력을 속여 가며 아무말 대잔치를 벌인다. 병원에 있는 의사들은 늘 바쁘고 불친절해서 환자들은 질문할 엄두조차 못 낸다. 용기를 내서 뭔가를 물어보면 의사는 제대로 설명은 하지 않고 짜증을 낸다. 이처럼 답답한 상황인데 가장 책임감을 느껴야 할 의사들은 의료 현장의 모순에 짓눌려 의욕도, 관심도 없다. 악순환이다.

우리 활동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겠지만, 우선은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의사와 환자가 만날 수 있는 접촉면을 넓혀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많은 의사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언제라도 연락달라. 우리 이메일은 quakeryhunter@gmail.com다.

송수연 기자 soo331@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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