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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 민낯 열악한 중증외상센터·신생아 사망사건…해법은?

기사승인 2018.01.12  06: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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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협, 한국의료 구조적 모순 진단…“민간중심 필수의료와 원가 미만 보상이 원인”
전문가들 "인력충원 위해 정부 지원 확대 필요…필수의료에 국가책임제 도입해야"

북한귀순용사를 치료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를 통해 드러난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환경, 신생아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건 등으로 한국의료의 민낯이 드러난 가운데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을 인력 부족으로 꼽았다.

필수의료를 모두 민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원가 미만의 보상이 이뤄지다보니 중증외상센터나 신생아 중환자실 등처럼 집중투자가 필요한 곳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로 인해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업무과중 등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

이에 전문가들은 중증외상센터나 중환자실 등과 같은 필수의료 영역은 치매국가책임제처럼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민국 의료, 구조적 모순을 진단한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외상학회 박찬용 총무이사

토론회에 참석한 대한외상학회 박찬용 총무이사는 권역외상센터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라며, 전담 인력에 대한 인건비 지원과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중앙외상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권역외상센터 전담전문의들은 대부분 계약직 혹은 비전임교원으로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업무과중, 스트레스 등으로 지원자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인력 충원이 안되는 상황에서는 시스템을 아무리 만들어봐야 가동이 될리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중증외상기금이 마련돼 있지만 5년마다 갱신됨에 따라 언제 지원이 끊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들은 전담전문의를 전임요원으로 채용하지 못하고, 의사들 또한 지속 가능성에 따른 직업 안정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면서 “중증외상기금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국비지원 전담전문의를 임상 교수 이상의 교원 또는 정규직에 임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응급의료에 관한 사항은 중앙응급의료위원회가 구성돼 역할을 하고 있으나, 외상은 응급의료와 별개로 운영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보건복지부, 소방 전문가, 외상의료진, 의료소비자, 유관학회로 구성된 중앙외상위원회를 구성, 위원회를 통해 주요 정책 결정과 문제점 해결방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사실에서 발생한 4명의 신생아 사망 사건 또한 중환자실 전담인력의 부족이 한몫 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부회장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부회장은 중환자실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와 숙련된 간호인력 충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서 부회장은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의 유용성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으며, 영국, 호주 등에서는 중환자실의 전담 전문의가 상주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담전문의가 없는 중환자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서 부회장은 “이는 2014년 시행된 중환자실 질 평가에서 극명하게 나타난 바 있다. 265기관 중 87기관(32.8%)에만 전담전문의가 있었다”며 “위급한 상황에 조기 대응하고 환자 상태에 맞게 최적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료 효율과 환자의 안전도를 높일 수 있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서 부회장은 “한 간호사가 돌보는 환자의 수는 전담전문의와 더불어 환자 치료 결과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호주는 중환자실 간호사 한명이 환자 2명을 초과해 맡을 수 없도록 한다”면서 “전문성을 갖춘 간호인력을 확충하고 간호사 당 돌보는 환자수를 제한하는 등 지속 가능한 근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신생아학회 최병민 운영위원도 턱없이 부족한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은 “고위험 신생아 치료에 대한 인프라가 확산되는 등 지난 몇 년간 양적 향상이 크게 이뤄진 가운데, 이제는 질적 향상에 힘쓸 때”라며 “신생아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이 문제가 된 것처럼 감염관리 등에 치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은 그러나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인력이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의 전담전문의, 간호사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국 신생아 중환자실 중 2인 이하의 전공의가 근무하는 곳이 절반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현재 10병상 당 인건비로 4,00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간호사 한명을 고용하는 수준에 그친다”며 “인건비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수가 문제 등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복지부와 논의 중”이라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수 연구조정실장도 “공적 부분이 담당해야 할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국가투자가 미흡하다”며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 투자 및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한국 의료의 구조적 모순을 필수의료 인프라가 민간 중심으로 구축된 점과 이에 대해 원가 미만의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응급의료기관 가운데 81%(334개)가 민간이며, 국립대학병원, 지방의료원 등의 공공응급의료기관은 19%(78개)에 불과하다.

중환자실 병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민간이 79%(7,971병상), 공공이 21%(2,156병상)를 점유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응급의료기관, 중환자실과 같은 필수의료를 민간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해 보상은 원가 미만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 실장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원가의 62%, 중환자실은 원가의 44%만 보상받고 있으며, 그 중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원가의 67.6%, 신생아 중환자실은 원가의 43.5% 보상에 그치고 있다.

김 실장은 “(병원은) 원가 보전이 안 되는 부분을 어디서 만들어내야 하냐”며 “국민의 건강과 의료의 안전망인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정부가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응급실과 중증외상, 중환자실과 같은 필수의료에는 박리다매가 적용이 불가능하기에 원가 이하의 필수의료 수가를 정상수준으로 보상해야 한다”며 “적정수가를 보장해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고 이를 바탕으로 충분한 인력과 장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이 단순히 수가를 올려주는 차원에서 그친다면 근본적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건국의대 예방의학과 이건세 교수는 치매국가책임제와 같이 의료계가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수가를 5배 올린다고 인력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특정 과에 적용되는 수가를 올릴 경우 의사들이 서울, 수도권으로 몰리는 지역 불균형이 심화될 뿐 구조적 해결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7년 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했었고, 오늘도 그때와 다를 바 없는 이야기가 되풀이 되는 것”이라며 “의협이 치매국가책임제와 같이 국가책임제를 주장해야 한다. 필수의료를 위해 국가가 장학금을 줘서라도, 월급을 3배 올려줘서라도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정부와의 대화 창구를 만들고 의견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역설했다.

이민주 기자 minju9minju@docdoc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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