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인권침해 사태에 실태조사 나선 간협…설문내용 추상적이란 비판 면치 못해

간호사 인권 유린 및 침해 사건이 끊이지 않자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가 실태조사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선 조사가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복지부와 간협은 지난해 말부터 온라인을 통해 ‘간호사 인권 침해 실태조사 및 신고’를 진행하고 있다.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참여가 가능하며, 설문은 ▲근로계약·조건 ▲휴가·휴일·휴게시간 ▲성희롱·성폭력·성차별·폭행 ▲임신·출산 ▲직장 내 괴롭힘 등을 기술하는 형식이다.

간협은 “취합된 결과를 토대로 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공조해 간호사 인권 침해 예방을 위해 적극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며 “현장에서 겪고 잇는 인권 침해 사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일선 간호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간호사들이 참여하는 한 익명 커뮤니티에는 조사의 내용이 인권침해에만 집중돼 있어, 간호사의 전반적 근무행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설문이 추상적이라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A씨는 “간협에서 문자가 와서 인권침해실태조사서를 작성했다”며 “인권침해에 대해서만 물어볼 것이 아니라 간호사들의 전반적인 조사가 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A씨는 “게다가 설문자체가 너무 추상적이고 형식적이라 대답하기도 애매했다”며 “평균 근무시간을 계산해 기입하도록 할것이 아니라 밤 근무(나이트)가 몇 개인지, 오프(휴일)이 몇 개인지 등의 근무 형태를 조사했어야 하지 않냐”고 지적했다.

B씨는 “완전 형식적인 조사라는 생각 밖에는 안 들더라”며 “'보여주기식 조사'라고나 할까. 간호사 처우에 대한 기사들이 많아지니 이제야 ‘이런 걸 한다’고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형식적인 조사에 불과하다”며 “차라리 (인권침해 사실을) 기자한테 널리 알리는 게 더 빠를 듯”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간협은 “설문조사 문항은 충분한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마련됐다”고 설명하며 “일련의 사건 발생 후 보여주기식으로 이번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간협은 “기존에도 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무사 연결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회원들을 도와 왔다”며 “설문에 조사자의 신원이 기입되기 때문에 이는 향후 통계 등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간협은 “실태조사가 형식적 조사로 끝나지 않도록 접수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복지부 등과 연계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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