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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의료전달체계 개선’,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기사승인 2018.01.19  06: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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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에 걸친 논의 의료계 내 이견 못좁혀…문재인 정권 내 재추진 어렵단 의견도 적지 않아

대형병원 환자쏠림 완화, 일차의료 기능 강화, 의료자원의 효율화 등을 위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해보자는 취지로 2016년 1월 15일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가 출범했지만 2년간 논의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권고문 작성에 실패하며 지난 18일 14차 회의를 끝으로 사실상 종료됐다.

대한의사협회는 1차의료 기능을 하는 경우에도 병상 및 단기입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한병원협회는 1차의료기관에 병상 및 단기입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합의 불발이 결국 의료계, 특히 개원가에 불리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케어를 통한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후 투입되는 재정이 개원가와 병원계에 고루 전달돼야 하는데, 전달체계가 개선되지 않아 병원계로 재정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6개월에 끝낸다고 시작한 협의체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는 박근혜 정부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 후속작업으로 시작됐으며, 출발은 대단했다.

첫 회의가 열린 2016년 1월 15일 당시 정진엽 장관이 직접 참석해 “전달체계 개선이 최우선 보건의료정책 과제 중 하나”라며 “협의체에서 논의되는 과제가 실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법 개정, 수가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뒷받침하겠다”고 힘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애초에 협의체가 논의 데드라인으로 정한 그해 7월까지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이후 9월까지는 협의체가 권고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복지부가 장‧단기과제를 정해 추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한차례 깨진 데드라인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후로 협의체 활동도 미미해졌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문재인 케어를 통해 전달체계 개선이 다시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문재인 케어 추진 과제에 합리적 의료 이용 유도가 포함된 것은 물론, 문재인 케어 성공 요인으로 의료이용 통제를 통한 재정 안전성 확보가 꼽히면서 전달체계 개선이 선결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내용은 있지만 협의는 안돼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1차 의료 기능 강화 ▲2차 의료기관 재정립 ▲3차 의료기관 교육 연구 강화 등으로 논의 초기부터 이미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이후 협의체에서는 ▲중소병원 간 인수합병 허용 ▲지역거점병원 육성 ▲1차 의료 연수교육 실시 등이 구체적으로 검토됐고, 환자선택과 관련해서는 본인부담률을 조정하는 방안이 포함되기도 했다. 특히 1차의료기관은 외래 종별가산율을 높이는 대신 입원 종별가산율을 낮추고, 2~3차 의료기관의 경우 반대로 외래는 낮추고 입원은 늘리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를 토대로 권고문 초안에는 ▲기능 중심의 의료기관 역할 정립 ▲의료기관 기능 강화 지원 ▲환자중심 의료를 위한 기관 간 협력 및 정보 제공 강화 ▲의료기관 기능정립을 위한 의료자원 관리 체계 합리화 ▲의료기관 기능정립을 위한 의료자원 관리 체계 합리화 등이 담겼다.

‘기능 중심의 의료기관 역할 정립’은 의료기관의 기능에 따라 역할을 정립하고 수요자와 공급자가 이를 합리적으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인구조를 두는 것으로, 1차 의료기관은 지역사회 내에서 다빈도 질환에 대한 외래진료, 만성질환 등을 담당하도록 하고, 2차 의료기관은 일반적인 입원, 수술 등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한편, 3차 이상의 상급종합병원은 연구와 수련을 근간으로 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같은 안이 공개되면서 외과계를 중심으로 '수술실 및 입원실 폐쇄'에 대해 반발이 일었고, 의협이 수차례 간담회를 열어 외과계 의견수렴에 나섰다.

의협이 마련한 외과계 간담회에 참석한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핵심은 1, 2, 3차간 분류 기준을 '종별' 대신 '기능별'로 분류, 1, 2, 3차 진료를 의원-병원-종합병원 등의 종별로 구분하는 게 아니라 진료과목 별로 각기 1차, 2차, 3차 의료기관에서 할 수 있는 진료 행위로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과계의 경우 각각의 수술(질환)을 경증과 중증 등으로 나눈 뒤, 경증 수술은 1차 의료기관에서 중증 수술은 2, 3차 의료기관에서 하도록 분류하겠다며 한발 양보하기도 했다. 1차 의료기관에서도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초 개선협의체 권고안에 포함돼 있던 1차 의료기관 수술실 폐쇄 문제도 해결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외과계의 반발을 해소하는데는 역부족했다.

결국 외과계는 협의체에 5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5개 요구사항은 ▲재정 중립 원칙 삭제 ▲병원급 의료기관의 단계적 외래 축소 ▲환자 안전과 관련한 표현 완화 ▲‘소아 육아 등 건강관리서비스’ 문구 삽입 ▲‘간단한 외과적 수술’ 문구를 ‘단기 입원이 가능한 수술’로 변경 등이다.

그러나 외과계의 이같은 요구사항에 이번에는 병협이 반대하고 나섰다. 1차의료기관이 입원실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전달체계의 기본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게 병협의 주장이다.

결국 협의체 최종 회의에서도 의협과 병협의 이견이 좁혀지지 못하면서 권고문 채택은 불발됐다. 의료계가 30일까지 중재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

분노한 정치권 “의료계 내 정치 문제 때문에 불발”

문재인 케어의 성공적 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여권에서는 이번 권고문 합의 불발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여권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와 의료계 간 협상이었기 때문에 정당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며 “30일까지 유예기간을 준다고 하지만 사실상 중단됐다고 보고 있다. 전달체계 개선이 안되면 (문재인 케어 추진 시)미반영된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문재인 케어를 통해 비급여의 급여화가 진행되면 (손실 보전 등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데, 지금 이 전달체계에서 급여화를 추진하고 재정을 투입해 수가를 인상하면 병원급 이상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전달체계 개선은 마른 저수지에 물을 대려는 것과 같다. 우선 수로를 정비해야 물이 제대로 흘러가듯이 전달체계를 개선해야 재정이 가야할 곳을 간다”며 “전달체계 개선이 안된 상황에서 재정이 투입되면 엉뚱한 곳이 비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전달체계 개선 실패가 결국 복지부에 권한을 더 주는 행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전달체계 개선이 안된 상황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사회적 필요성이 요구되는 영역을 선정해 정책수가를 개발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협상을 잘하는 쪽에 먼저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결국 우리가 키우고 싶은 1차의료기관에 재정이 투입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정치권에서는 제도와 틀을 잡아서 재정을 투입하고 싶다. 복지부가 권한을 잡고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그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의료계가 전달체계 개선이 이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 이유 때문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비급여의 급여화에 의료계가 반대 입장을 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이 건은 계속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하지만 전달체계 개선은 의료계도 개원가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급 입원실 허용 이견으로 불발된 것이 본질이 아니다. ‘지금 합의되면 현 집행부가 성과를 다 가지는 것 아닌지’, ‘합의하면 비상대책위원회 힘이 빠지는 것 아닌지’ 등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며 “나한테 좋은 일도 불신하는 치킨게임의 결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전달체계 개선 협의는 의협 선거가 끝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시작될 순 있겠지만, 국가 주요 사회정책을 의료계 스케줄에 맞춰서 해야 한다는 식으로 계속 나오면 안된다”면서 “안되면 안되는대로 정책수가를 개발해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이번 정권 내 힘들 수도

2년 넘게 진행된 협의체 논의가 결국 아무 소득없이 끝남에 따라 남은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전달체계 개선이 될 수 없다’는 자조 뿐이다.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일단 30일까지 의료계가 합의안을 만들겠다는 조건을 달았으니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나”라며 “정부는 논의를 그만하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조건을 단 것을 보면 의지가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30일까지 의료계가 합의안을 만들지 못할 경우 이번 정권 내에는 전달체계를 개선할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당분간 전달체계 개선 논의는 힘들다고 본다. 이번 정부 내에서는 힘들 것”이라며 “투입할 재정이 없을 것이다. 문재인 케어를 위해 올해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재정이 3조원이고 건강보험료를 걷어서 재정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간에 ‘전달체계 개선하고 재정 좀 더 투입해 달라’는 논의를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케어를 위해 정부가 계획한 30조보다 재정이 더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해관계도 복잡하고 재정도 더 투입하기 위한 판을 만들겠나”라며 “전달체계 개선은 정부가 정책을 제시하고 관철하기 위해 의료계를 계속 설득하는 다른 정책들과는 다르다. 정부가 목을 맬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와는 상황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협의체에 참여했던 노동단체, 시민단체, 환자단체 등의 태도가 의료계에 비협조적이게 될 것”이라며 “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판이 깨진 것이다. (의료계는) 논의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내과계, 외과계 이견도 조정하지 못한 것은 결국 의협에는 내부 리더십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며 “의료계에는 몇명을 대표하든지 회의에서 목소리만 크게 떠들고, 현수막 걸고 농성하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정치색이 있는데, 리더십을 무너뜨리고 합리적 토론이 아닌, 목소리를 높이고 상대방을 왕따 시키는 내부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한 앞으로도 의협은 아무런 의사결정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성순 기자 kss@docdocdoc.co.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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