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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형사재판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중재원 감정회신의 문제점

기사승인 2018.01.20  06: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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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세승 조우선 변호사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 독일인 산모의 태아가 사망한 사건에서 1심 법원은 1시간 30분간 태아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의사에게 과실이 있고, 이로 인해 태아가 사망했다고 보아 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 8월을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항소심에서는 원심의 판단을 깨고 의사의 모니터링 소홀의 과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제왕절개수술을 준비하는데 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을 것이라고 판단, 인과관계를 부정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소송 과정을 보면 1심에서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의 감정회신을 근거로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성립을 인정했으나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의 변호인이 중재원에 사실조회신청을 하여 이를 반박했고 그 결과 원심의 판단이 파기됐다.

요즘들어 수사기관 또는 형사재판부가 피고인이 업무상과실 여부를 다투기 위하여 진료기록감정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따라서 중재원으로 감정이 촉탁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형사재판 과정에서 중재원에서 진료기록 감정이 이루어지는 경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일단 중재원 회신의 증거능력, 즉 해당 회신을 증거로 쓸 수 있을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사건에 관하여 중재원에 과실 여부에 대하여 감정을 의뢰하여 회신을 받은 후 이 감정회신을 토대로 기소하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형사재판의 경우에는 ‘증거동의’ 단계가 먼저 이루어진다. 즉,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100% 법원에 현출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이에 동의해야만 비로소 재판부가 해당 증거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은 중재원 회신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회신의 증거사용에 대해서 ‘부동의’할 것이다. 이같은 경우 유죄의 입증책임이 있는 검찰측이 중재원 회신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회신 작성자를 증인으로 신청하여 회신의 진정성립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중재원 감정회신의 작성자가 누구인가? 중재원장이다. 그렇다면 검사 입장에서는 중재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사실 중재원 회신의 외부 작성 명의자는 중재원장이지만 실제 감정은 산하 감정부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실제 작성자를 증인으로 신청할 수 있을까? 이 역시 상당히 어렵다.

중재원의 감정부는 5명의 감정인으로 이루어지는데 함께 토의를 거쳐서 하나의 감정회신을 작성하기 때문에 그 중 누구도 증인으로 재판부에 출석하지 않으려 하고 중재원 역시 증인신청을 받는 경우 실제 작성자가 누구인지를 알려주지 않고 증인으로 출석하지도 않는다.

결국 피고인의 변호인이 중재원 회신을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부동의하는 경우 검사가 중재원 회신을 증거로 사용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결국 해당 회신은 재판부에 유죄의 증거로 현출되기 어려워져 검찰이 공소를 유지하려면 공판단계에서 다시 대학병원이나 대한의사협회 등에 감정신청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두 번째는 회신의 전문성이다. 수사기관이 증거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을 중재원에 감정촉탁하는 이유는 아마 중재원의 회신이 상당히 신속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중재원에 감정촉탁을 보내면 1~2달 이내에 회신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중재원은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설립된 기관으로, 당사자간의 원만한 합의를 통한 분쟁해결을 주 업무로 하다보니 감정결과가 치밀하고 면밀하게 이루어지기보다 대체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여 합의를 유도하는 취지로 이루어진다. 즉, 의사인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회신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중재원의 감정회신을 작성하는 감정부는 전문의 자격취득 후 2년 이상 경과된 사람 2명, 변호사 자격 취득 후 4년 이상 결과한 사람 2명, 소비자권익단체에서 5년 이상 종사한 사람 1명으로 구성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감정서를 작성하는 감정인단이 전원 의료인으로 구성되지는 않는 것이다.

형사사건은 한 개인의 인신의 자유가 달려있는 사건이다. 신속한 수사가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형사책임이 문제되는 업무상과실치사상 사건에서는 중재원보다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대학병원이나 대한의사협회를 통하여 보다 면밀한 사실관계의 파악과 전문적인 감정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국민에게 형사처벌이라는 중대한 권익제한을 부과하는 형사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조우선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wscho@sslaw.kr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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