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관리정책 패러다임 바꾸자④…박종훈 원장 “PBM 분야 아시아 최고 되겠다”

고려대안암병원이 국내 최초로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개념을 도입한 ‘최소수혈외과병원’을 건립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현재 ‘무수혈센터’를 운영하는 병원들은 있지만 병원 차원에서 PBM을 시스템으로 도입한 곳은 없다.

고대안암병원은 오는 3월 최소수혈외과병원 설립 TFT를 구성해 6개월간 PBM 도입 방안을 논의해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고대안암병원의 PBM 도입 논의는 박종훈 원장이 주도하고 있다. 올해 1월 1일 고대안암병원장으로 취임한 박 원장은 “가장 안전한 병원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 목표에 부합하는 개념 중 하나가 PBM이라는 게 박 원장의 생각이다.

고려대안암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수혈관리프로그램'.

박 원장은 정형외과 교수 시절부터 수혈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종교적 신념이 아니다. 선진국 여러 병원들이 수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접하고, 환자 치료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학적인 근거들을 접한 결과다.

박 원장은 “고용량 철분제를 개발한 한 스위스 제약사 부사장이 6년 전 나를 찾아와 ‘왜 한국에서 고용량 철분제가 팔리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한국은 수혈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왜 하지 않느냐’고 하더라”며 “당시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스위스에 가서 2년 정도 공부하면서 변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2015년부터 2017년 12월까지 고대안암병원 의무기획처장을 맡으면서 수혈 처방 이유와 적응증 등을 기록하도록 한 수혈관리프로그램을 임상에 적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의료진에게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어 정형외과 등 일부 과만 활용하는 한계가 있었다.

그가 병원장이 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병원장이 돼야 병원 차원에서 PBM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취임식을 가진 박 원장은 곧장 내부 의료진 설득에 들어갔다.

고려대안암병원 박종훈 원장은 지난 19일 고려의대 유광사홀에서 '환자혈액관리(Patient Blood Management) 개념을 도입한 '최소수혈외과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지난 19일 고려의대 유광사홀에서 외과와 마취통증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간호부 등 수술과 관련된 의료진을 모아 놓고 직접 PBM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박 원장은 지난 2013년부터 정형외과 수술 시 PBM을 적용해 수혈을 최소화한 임상 경험과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에서 수혈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박 원장은 “혈액 내 헤모글로빈 수치 7g/㎗ 이하일 때 수혈하라는 가이드라인만 의료진에게 상기시켜도 수혈량의 24%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미국에서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의 헤모글로빈 수치가 떨어지는 원인 중 하나가 너무 많이 하는 혈액 샘플링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PBM을 알기 전에는 나도 환자들을 수술할 때 1인당 평균 6.9파인트를 수혈했었다. 하지만 PBM을 적용한 2013년부터는 수혈량이 1인당 평균 0.15파인트로 줄었다며 ”환자의 빈혈을 잡기 위해 철분제를 쓰고 수술 중에는 자가수혈기인 셀 세이버(Cell saver)를 쓰면서 수혈을 최소화했다“고 했다.

박 원장은 PBM을 도입한 최소수혈외과병원이 고대안암병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잉글우드병원이 롤모델이다.

박 원장은 “잉글우드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최소 절개 수술과 무수혈 수술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병원도 Joint Commission와 AABB(American Association of Blood Banks)로부터 PBM 인증을 받았다”며 “잉글우드병원처럼 수혈을 최소화하는 외과중심병원을 만들어야 경쟁력이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PBM을 잘하는 병원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오는 3월 TFT를 만들고 6개월 간 논의해 최소수혈외과병원을 만들려고 한다. 처음부터 PBM을 강제화할 수는 없으니 원하는 외과계 의사들부터 적용해 나가겠다”며 “수혈을 최소화하고 적정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지 아예 수혈을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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