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커뮤니티에 "나도 당했다" 사례 이어져…“너도 유서에다 내 이름 적어”라고 듣기도

서울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사건 이후 간호사 커뮤니티에는 자신이 겪고 본 '태움' 문화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태움이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병원 내 괴롭힘을 말한다.

서울 대형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투신한 이유가 태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간호사들은 자신이 겪은 태움 사례를 폭로하며 이번 기회에 뿌리 뽑아야한다고 주장했다.

간호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간호사 커뮤니티에는 지난 19일 간호사의 죽음을 애도하는 '나는 너다. 그녀의 죽음은 곧 우리의 죽임이기도 하다'는 글과 함께 흰색 국화 사진이 올라왔다. 그 이후 간호계 내 자리잡은 '태움 문화'에 대한 폭로가 이어졌다.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모 대학병원 수술실 간호사라고 밝힌 A씨는 지난 4월부터 이유 없는 태움에 시달리고 있으며, 간호사 자살 사건 이후에는 선배 간호사로부터 '너도 유서에다 내 이름 적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A씨는 “하루하루 일하는게 너무 지옥같고 그(태움 가해자) 얼굴, 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너무 괴롭다”며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누가 알아줄까. 너무 버겁다”고 말했다.

A씨는 “동료가 (가해자에) 태움을 행하는 이유를 묻자 ‘아 몰라. 그냥 쟤가 싫어’라고 말했다”며 “잘못한 것이 없는데 계속 태워지고 주눅들고 눈치본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망상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A씨는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양심이란게 있으면 (가해자도) 찔리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가해자는) ‘너도 유서에다 내 이름 적어’라고 했다”며 “이게 사람인가. 이번 일로 태움이 뿌리 뽑혔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수원시 모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던 퇴직 간호사 B씨는 힘들게 병원에 입사했지만 태움으로 인해 광장공포증, 대인기피증, 망상증을 겪고 있으며 현재 치료 중이라고 했다.

B씨는 “입사 후 폭력이 있었고, 화장실도 하루 3번도 못가서 손, 발, 얼굴이 퉁퉁 부었다”며 “공황발작으로 사직 후 공황장애 진단을 받아 최소 6개월~1년간 약을 복용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최근 자살한 간호사도 발작 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아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아프다”며 “교육이라는 명목의 태움을 과연 신규 간호사는 어떤 정신건강 상태로 버티고 있는걸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태움 폭로는 환자와 간호대생들에서도 나왔다.

얼마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내원했던 환자 C씨는 환자들 앞에서 심하게 혼이 나던 간호사의 사례를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했다.

C씨는 “(진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던 중, 간호사 한명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며 “후배 간호사의 실수 아닌 실수를 환자들이 다 보는 자리에서 큰 소리로 타박을 주며 혼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C씨는 “직장에 다녀봤지만 실수를 한다고 이처럼 혼내고 태우고 사람을 죽이지는 않는다”며 “실수를 하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대처할지 차근차근 다시 일러준다. 혼나는 상황 속에서 배운들 무서워 머리에 들어오는 것 하나 없다”고 말했다.

모 간호대 4학년생인 D씨는 "(간호사가 돼서) 취업을 준비한다는 게 너무 고민된다"며 실습에서 목격한 태움을 폭로했다.

D씨는 “선배 간호사는 실습생들이 보는 앞에서 신규 간호사에게 ‘눈을 왜 그렇게 뜨고 쳐다보냐’, ‘내 눈앞에 띄지도 말라’고 말하며, 굴욕이라는 굴욕은 다 주고 있었다”며 “병동 구석에서 선배 간호사가 신규 간호사의 어깨를 주먹으로 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D씨는 “태움이 언제부터 신규 간호사가 거쳐야 할 관문이됐나”며 “태움은 당연시해서도 합리화해서도 방관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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