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3만건 심사 의뢰...자료에 국한된 심사로 유형화·검토 한계점 드러내
심사 위해 건보재정 투입되지만 금융위 뒷짐...대안 마련 절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에 따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험사기 수사 협조를 위해 입원적정성 심사를 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심평원 공공심사부는 지난해 2월부터 내부 상근 및 비상근 심사위원 외에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공심사위원회를 운영해 오고 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월 300~400건에 달하는 입원적정성 심사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월 3회 자문위원회를 거쳐 매달 공공심사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에도 심평원 서울사무소에서 2018년도 2차 공공심사위원회 회의를 열고, 입원적정성 심사 기준 정립을 위한 논의와 개별 사례에 대한 위원들 간 회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입원적정성 심사 자체의 한계 때문에 여전히 제도적인 개선 등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입원적정성 심사는 수사기관이 심평원에 심사를 의뢰한 건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제한된 서류 심사라는 한계가 있다.

기존의 요양급여비용 심사는 필요시 해당 의료진 및 병원에 환자 진료에 대한 근거 자료 등을 추가로 요청할 수 있지만, 입원적정성 심사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국한해 적정성을 심사한다.

의뢰받은 진료 건의 입원 기간에 대한 타당성이 단순 자료로만 판단돼야 하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우려다.

이에 위원들 사이에서도 일선 현장의 진료 상황 및 환자 사례 등을 반영해야 한다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회의 참석자는 "환자들 중에는 병원을 이동하면서 입원하는 사례도 있지만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고의로 숨기거나 할 경우 해당 병원이 그 내용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환자가 통증을 호소할 경우 적정 치료를 위한 입원 및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자칫 보험사기로 몰리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접수되는 심사물량이 많아 다양한 사례를 유형화 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에 접수된 심사건수는 3만여건에 달한다.

이에 매달 위원회 회의를 통해 해당 사례에 대한 유형화 및 심사기준 정립을 하고 있지만, 심사물량이 적지 않아 당초 예고했던 입원적정성 심사사례 공개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심사업무를 수행하는데 소요된 예산문제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입원적정성 심사를 포함한 공공심사부 운영 예산은 심평원 예산으로 건보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심사 위탁에 대한 법적 근거는 있는 반면, 심사에 수반되는 인적, 물적 비용의 부담을 누가할 것인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아직 없는 상태인 것.

국회 등에서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건보재정을 투입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었고 심평원도 문제제기를 했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공공심사를 위한 비용 부담에 대한 주관부서가 금융위원회여서 재정마련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도 "회의 중"이라고만 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심사를 하다보면 보험회사가 일단 보험사기로 간주하고 수사의뢰를 남발하는 듯한 황당한 사례가 있다. 때문에 심사와 수사를 거쳐 보험사기를 적발할 경우 보험사의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이 제도가 보험사만 위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하지만 정작 심사에 수반되는 비용 등은 건보 재정에서 투입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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