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醫, 마약류통합관리 시행 따른 과도한 개인정보보호·행정처분 문제 지적

오는 5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시행을 앞두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개인정보보호와 절차적 복잡성, 엄격한 처벌조항 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이상훈 회장은 지난 25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마약류의 불법 유통을 방지하고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우려되는 문제점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먼저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으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를 제때 못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도입되면 환자의 병명 등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는데 정신과라는 특성상 환자들이 이를 꺼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훈 회장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환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병명, 투약한 마약류 의약품 등을 입력하게 돼 있다. 암호화 한다고는 하지만 개인의료정보가 제3의 영역으로 유출돼 저장되는 것”이라며 “이는 현재 심평원의 DUR 시스템과 함께 개인의료정보의 과도한 수집과 관리, 통제로 환자들에게 진료불안을 일으켜 조기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 시기를 놓칠수 있다”고 했다.

절차적 복잡성에 비해 행정적인 처분이 과도해 진료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스템이 시행되는 5월 18일 이후부터는 정신과 등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하는 도매상 및 의료기관, 약국 등은 의약품 구입 및 사용 등을 시스템상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절차상 누락이나 기간 초과 등의 착오가 발생할 경우 별도의 유예기간 없이 영업정지 7일 등의 처분을 받게된다.

이상훈 회장은 “1년전 시행 예고 때는 바코드를 입력하도록 돼 있었다. 이제는 바코드 없이도 등록할 수 있게 됐지만, 해당 의약품을 사용하면 일반관리의약품은 다음달 10일까지, 중점관리 의약품은 사용한 날로부터 7일이라는 기간이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특히 “이중 중점관리 의약품은 제품명 뿐만 아니라 일련번호까지 모두 입력을 해야해서 업무량이 늘어나게 된다. 또 중점관리의약품 지정이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직권으로도 가능한 만큼 향후 대상 품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면서 “그에 비해 보고를 하지 않았을 때 별도의 경고나 주의 단계가 없이 바로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받게 돼 의료현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용선 보험이사도 “정신과 환자도 진료 기록이 남는 것을 싫어하지만 마약류의 제조부터 투약까지 유통정보를 확인하는데 병명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면서 “암호화를 하더라도 환자들에게는 불안감을 줘 진료거부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병명 기입은 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사회는 학회 차원에서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 사용시 청구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연계해 사용량이 전송되도록 하는 방안을 식약처에 건의하는 한편, 제도 시행 이후에도 의료현장의 혼란과 치료 접근성 저하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약처, 연말까지 행정처분 유예...병명 제외는 불가

한편, 이같은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의 지적에 대해 식약처는 올해 연말까지 보고누락 등으로 인한 행정처분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날 개최된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원연수교육에서 마약류취급 보고제도 소개 및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연계보고 시연을 하고, 현장의 우려사항에 대해 답변했다.

식약처 마약관리과 김익상 사무관은 “시스템 조작 미스, 소프트웨어 문제 등으로 사용량 보고가 잘못될 경우 보고 기간 이외에 5일 이내 변경보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제도 시행 이후 마약류 관리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은 보고 과정상 착오나 실수로 인한 누락은 행정처분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예 보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를 한 경우는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며 “당초 시행규칙에 대한 의견조회를 할 때에 행정처분 기간에 대한 지적이 많지 않아서 제도 시행 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도매상과 의료기관의 동일한 보고기간으로 인해 도매상의 신고가 늦어질 경우에도 의료기관에서 전산으로 바로 사용내역을 입력할 수 있도록 했으며, 바코드 리더기 없이도 정보를 입력할 수 있게 했다.

김익상 사무관은 “최대한 의료기관에서 사용량 보고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기능을 보완하고 있다”면서 “처방한 의약품을 일괄 보고도 할 수 있으며, 처방한 의약품을 취소할 경우에도 보고리스트를 통해 사용량을 조정한 후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코드 리더기 구입 및 소프트웨어 개선 등으로 인한 행정적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식약처에서 관련 예산확보를 시도했지만 예산당국에서 법률 의무 준수에 대한 소요비용 지원은 어렵다고 해 반영되지 못했다”면서도 “복지부가 환자안전법 관련 고위험안전관리수가를 마련할 계획으로, 식약처가 마약류관리 항목도 포함시켜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스템 상에 환자 질병코드를 미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도 취지가 적절하게 의약품을 사용했는지를 관리하는 것인 만큼 병명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며 “당장은 제도 정착이 중요한 사안인 만큼 당분간 집중관리 의약품을 더 늘리거나 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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