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경기도약사회, 지난해 이어 올해도 시범사업 추진
전문가 "복약지도 통해 처방약 줄일 경우 처방권 침해 가능" 지적

약계에서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방문약사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방문약사의 복약지도가 자칫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주치의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우리나라는 환자 한명이 여러 의사를 만나 처방받는 경우가 많은데, 방문약사가 환자를 방문해 중복 처방을 이유로 처방약 개수 등을 조절하면 결국 의사와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방문약사제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경기도와 경기도약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방문약사 시범사업 결과를 공유하고 방문약사제도 도입 필요성을 논하는 자리였다.

경기도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부천시(70명), 성남시(70명), 시흥시(30명), 용인시(30명)의 독거노인(기초생활수급자, 만성질환 중 다제약물 복용자 등) 200명을 대상으로 방문약사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시범사업은 경기도가 ‘경기도 의약품 안전사용환경 조성 조례’를 공포해 근거를 마련했기에 가능했으며, 방문 시 약사 2인 또는 약사 1인과 보조인력 1인 등 2인 1조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는 ▲1차 방문상담(약물관리 기초조사, 질병력, 약물복용 실태 파악, 교육기대도 평가 및 문제점 등 상담결과지 작성) ▲2~4차 전화상담(20일 간격으로 전화상담, 약물복용 실태 모니터링, 약물복용 및 관리 위한 생활실천지도) ▲5차 방문상담(약물복용 성과 및 효과평가, 약물복용 실태 파악, 약물사용 변화 확인 등) 등으로 진행됐다.

약사 1회 방문당 소요시간은 30~40분이었으며, 수가는 약사 1회 방문당 5만2,500원, 전화상담은 1만2,500원을 지급했다.

경기도약사회는 시범사업 결과 ‘약 복용하는 것을 잊은 적 있다’는 비율은 1차 방문상담 시 49.4%에서 5차 방문상담 시 31.8%로 낮아지고 ‘약을 복용해도 상태가 나쁜 것 같으면 임의로 약을 줄이거나 중지할 때가 있다’는 비율은 같은 기간 42.3%에서 23.4%로 줄어드는 등 복약순응도에 변화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본인판단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비율이 같은 기간 66.7%에서 47.2%로, 의약사의 지시로 복용을 중단하는 비율은 3.3%에서 3.9%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경기도약사회 안화영 부회장은 “노인환자가 증가하면서 만성질환자의 의약품 관련 문제도 증가할 것”이라며 “시민과 가장 가까운 약사들이 전문성을 살려 교육과 상담을 진행할 경우 노인의 건강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약품을 안전하게 복용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좋은 성과를 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적정한 수가를 받아 제도권에서 사업을 실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약사회 최광훈 회장은 “시범사업의 자세한 결과는 4월 내 공개될 것”이라며 “(방문약사제도를 활성화하면 독거노인 등 노인환자의) 자살예방 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회장은 “(방문약사 사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약사들에게는 새로운 직역을 창출하는 사업이며, 국가 보건증진에 일익을 담당하는 약사 직능의 긍지와 자부심을 높이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시범사업을 진행한 경기도약사회에서는 이처럼 방문약사제도의 효과를 주장했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방문약사제도는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의사 출신인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김창오 교수는 “방문약사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들은 주치의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처럼 민간의료기관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 제도가 정책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사와 관계를 어떻게 만들지가 중요하다. (방문약사제도와 관련해) 약을 처방한 의사와 (방문해서) 복약지도를 하는 약사와의 관계설정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예를 들어 방문 복약지도로 처방된 혈압약을 먹는 비율을 50%에서 90%로 올리는 정도라면 (의사들의) 저항이 없겠지만, 처방된 약을 (복약지도를 통해) 줄이는 것은 의사들이 처방권 침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중복투약, 다량복용의 경우 (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한명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중복투약 된) 약을 줄일 경우 어떤 의사에게 처방전 변경을 보고할 것인가. 이런 현실적인 내용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독립적인 방문약사서비스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지역포괄시스템 하에서 타 의료진과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다학제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환자들은 환영하겠지만 잘 정착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복지부 건강정책과 안진영 사무관 역시 여러 직역이 참여할 수 있는 방문건강관리서비스 내에서 약사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안 사무관은 “정부가 보건소 기반으로 추진 중인 방문건강관리서비스에 약사가 배제돼 있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현재 현장에서 약과 관련해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제도상 문제라기 보다는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사무관은 “방문건강관리서비스에 특정 직군을 배제하는 규정은 없다. 경기도약사회가 자발적인 움직임을 통해 모형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논의를 하는 것은 다음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안 사무관은 “핵심은 지역기반 보건의료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지 큰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약사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방문약사) 시범사업 등으로 실체를 보여주고 좋은 사례를 만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사무관은 “환자중심으로 보건의료서비스를 엮고 지역사회기반으로 케어하는 것이 이번 정부의 중요한 보건의료 화두”라며 “이런 방향으로 다양한 직역이 협력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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