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당사자에게 통지 안한 유급처분은 당연 무효”

종교적인 이유로 시험에 응시하지 않은 의학전문대학원생이 유급처분을 받자 법원에 부당함을 호소해 구제받았다.

법원은 해당 의전원이 유급처분을 내림에 있어 행정 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방법원은 의전원생 A씨가 B의전원을 상대로 제기한 유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했다.

B의전원 본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A씨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재림교) 소속의 교인이다.

재림교는 금요일 일몰부터 토요일 일몰까지를 안식일로 정하고, 안식일에는 교인들이 직장·사업 및 학교 활동, 공공 업무, 시험 응시 등의 세속적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B의전원은 2017년도 본과 1학년 학생들이 수강하는 해부학Ⅰ·Ⅱ, 조직학, 생화학, 생리학Ⅰ·Ⅱ, 의학신경과학, 면역 및 병원체학 총론 등 복수 과목의 시험을 토요일에 실시했는데, A씨는 재림교 교리에 따라 이 시험들에 응시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시험 미응시는 성적처리 규정에서 정한 ‘질병 그 밖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추가시험을 신청했다.

하지만 B의전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학칙에 따라 A씨를 유급시켰다.

이에 A씨는 추가시험신청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종교적인 이유로 토요일에 실시되는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것은 성적처리 규정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질병 그 밖의 부득이한 사정’에 해당한다”면서 “그런데도 B의전원은 종교적인 이유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잘못 해석하거나 자의적으로 좁게 해석해 추가시험신청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또 “B의전원이 추가시험거부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이로 인해 내가 받게 되는 불이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고, 다른 학생에게 추가시험을 승인한 경우와 비교하면 비례의 원칙 및 평등원칙에 위배돼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주장에 이유가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은 “시험이라는 제도가 가진 평가적·경쟁적 기능에 비추어 볼 때, ‘질병 그 밖의 부득이한 사정’에 해당해 추가시험을 치르게 할 것인지 여부는 시험 제도에서 반드시 담보돼야 할 형평성 또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일부 희생해서라도 이를 허용할 만큼 구성원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에 “‘질병 그 밖의 부득이한 사정’이란 성적처리 규정에서 직접 명시한 사유인 질병과 같이 일반인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학생이 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던 사정이나 이에 준하는 것으로 사고·천재지변과 같이 외부적, 우연적, 일시적 사정으로 한정돼야 한다”면서 “A씨가 주장하는 사유와 같이 주관적이거나 내부적인 사정은 공정한 시험관리를 위한 객관적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기에 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재량권 일탈·남용과 관련한 주장에 대해서도 “추가시험신청거부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A씨의 불이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A씨 청구를 기각한다”고 주문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곧바로 유급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의전원이 유급처분을 통보한 사실이 없으며 학교 측으로부터 ‘출석부에 이름이 누락돼 있다’는 사실을 통지받고 별도로 문의한 후에야 비로소 처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따라서 유급 처분은 행정절차법을 위반해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처분 절차에 위법이 있다고 판단, A씨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B의전원이 A씨에 대한 유급처분을 통지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이는 ‘처분의 방식’을 규정한 행정절차법 제24조를 위반해 이뤄진 것으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 무효”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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