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학회, 북한 소아 감염병 등 문제 집중 다뤄...탈북의사 최희란 원장 “현실에 맞는 지원 필요”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통일을 대비해 북한 어린이의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지원방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남한 아이들의 건강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먼저 북한 어린이들의 감염성 질환 등에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소아과학회는 지난 20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린 ‘제68차 춘계학술대회’에서 ‘남북 어린이 보건의료 협력 및 통일 의료’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에는 탈북 의사인 최희란 원장(신혜성 의원)이 참석해 북한 어린이의 건강상태를 직접 설명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탈북의사 최희란 원장(신혜성 의원)

최희란 원장은 “북한은 열악한 환경에서 출생을 하고, 아이들 대부분이 영양실조를 가지고 태어난다. 임신 때부터 이미 아이들은 구루병을 갖고 있다”면서 “가정의 건강관리를 맡는 호담당의사로 있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발열과 땀 등으로 보채기가 심한 구루병 아이들은 머리가 벗겨지고 소아장애로 인한 설사에 시달리며, 나중에 뼈에 변형이 와서 오형다리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4년 이후 고난의 행군 시절 유엔이 어린이 영양실조를 케어하기 위한 식품 등 지원물품을 보내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는 없었다”면서 “우유처럼 끓여 먹이는 식품이었는데 기본적인 소화기능이 약한 북한어린이들은 먹이자마자 설사를 하기 때문”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이날 전문가들은 북한 어린이의 영양실조 문제를 지적하며 이로 인한 감염성 질환과 높은 사망률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료원 공공의료팀 이혜원 과장(가정의학과)은 “2014년을 기준으로 북한과 남한의 기대수명 차이는 13세가 된다. 북한은 비감염성 질환의 비율이 1990년과 2013년을 비교했을 때 33%에서 42%로 증가했고, 감염성 질환으로 인한 표준화 사망률은 남한보다 3.5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2015년 기준 5세 미만의 북한 어린이의 만성영양결핍 비율은 27.9%로 만성영양결핍 어린이의 33%가 빈혈을 동반하고 있다”면서 "식량공급이 안정적이지 못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대 소아과학교실 고재성 교수 역시 소아사망원인의 절반이 영양실조로 인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북한 어린이들이 영양실조 및 식수 위생문제, 철분 및 요오드 등 미량 영양소 결핍 문제를 걱정했다.

고재성 교수는 “영양실조에 걸리면 감염이 오래 지속되고 심해지며 운동과 인지발달에 장애를 일으킨다. 소아사망원인의 절반이 영양실조”라면서 “북한 주민의 70%인 1,800만명이 배급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마저도 정부 1일 목표량인 573g보다 적은 양이 배급된다. 이로 인해 인구의 41%인 1,050만명이 식량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린이의 51%가 요오드 결핍 상태로 정신지체와 성장부진 등을 초래하는 위험에 노출돼 있어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고 교수는 강조했다.

가정의 82%와 탁아소 38% 등이 수돗물을 이용하고, 10.5%는 우물물을 사용하는 등 식수도 깨끗하지 않아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알려져 있는 북한의 높은 예방접종률에 비해 실제 예방효과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지원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톨릭의대 소아과학교실 김종현 교수는 “영양결핍이 있으면 제일 먼저 방어가 안되는 게 감염이다. 감염질환을 줄이려면 영양이 우선시 돼야한다”면서 “북한이 1980년대부터 예방접종사업을 시작했고 95%이상의 높은 접종률을 기록한다. 하지만 이는 북한이 WHO에 제출한 자료다”라며 신빙성이 낮음을 시사했다.

백신 접종시 콜드체인(백신의 제조 시점부터 접종시까지 모든 공급과정이 적정온도에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한데, 전기 공급이 불안정한 북한에서 이 콜드체인의 질이 유지될지 의문이며, 때문에 백신 효과를 100%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에서 보고된 감염성질환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해마다 발병하는 파상풍이 북한에는 없다. 또한 디프테리아나 백일해 등도 전무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 홍역의 경우 언론보도와 WHO보고와 일치하지 않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북한의 감염실태는 더 심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희란 원장 역시 과거 북한에서 어린이 예방접종을 했던 시절에 “전기가 없어서 백신 보관이 힘들었다. 아이들에게 접종을 해주면서도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최 원장은 “북한어린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며 "소화시킬 상태가 아닌 아이들에게 칼로리가 높은 음식보다 잘 소화시킬 수 있는 음식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통일을 대비해 남한아이들의 건강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학회 차원에서 북한 어린이의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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