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의대 이재갑 교수, 페널티로 접근하는 정부와 의료현장의 괴리 심각 지적

오는 30일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술실 설치기준이 강화되지만, 이 기준을 만족할 수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조차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는 정부의 규제가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림의대 이재갑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에서 열린 ‘제23차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학술대회’에서 오는 5월 말부터 강화되는 수술실 설비 기준으로 인해 행정처분을 받는 의료기관이 수두룩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림의대 이재갑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에서 열린 ‘제23차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하반기부터 행정처분을 받게 되는 의료기관이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5년 5월 수술실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설치기준을 강화한 의료법 시행 규칙을 개정하고 3년 이내에 기준에 맞는 수술실과 회복실을 갖추도록 했다.

모든 수술실은 격벽으로 서로 구획해야 하며 수술실에는 하나의 수술대만 둘 수 있다. 또 환자 감염 방지를 위해 공기정화설비를 구비하고 멸균수세, 소독 및 배수 등의 시설도 갖추도록 했다.

수술실 내 기도 내 삽관유지 장치, 인공호흡기, 마취환자의 호흡감시장치, 심전도 모니터장치를 갖추도록 했으며, 정전 등을 대비해 발전기와 같은 예비전원설비도 마련토록 했다.

이같은 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1차 위반 시 시정명령이 내려지며, 시정명령 후 적발될 경우에는 행정처분(업무 정지 15일 및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그러나 이재갑 교수는 ”5월 말부터 수술실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지만 병원급 70~80%조차 (법적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런데 이를 의원급에 적용한다고 한다. 병원계에서는 병원급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데 의원들이 어떻게 할 수 있겠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사고가 터지면 기준부터 강화하는 정부와 현장의 괴리 때문이라는 지적도 했다.

이 교수는 ”(법적 기준을 만족시키려면) 이번 달 안에 수술실을 다 부셔야 할 실정“이라며 ”정부가 내리는 지침, 법적인 규제와 현장의 괴리감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현실 개선을 목적으로 법적인 지침을 마련·적용할 때는 먼저 의료 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겠다고 목표로 잡는다면 그 기간을 5~10년 정도로 삼고 ‘올해는 이 만큼 개선해야겠다’, ‘내년에는 이 정도로 개선하자’라고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규정만 강화하는 것은 의료기관에 부담만 지워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시설을 강화하려면 병원에서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보상도, 시설강화를 위한 비용 지원도 전무하다“며 ”의료기관이 지침을 따를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방안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150병상 이상 200병상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감염관리실 의무설치에 대해서도 ‘중소·요양병원 특화 감염관리료’를 신설하는 등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감염관리위원회 및 감염관리실 설치 확대와 인력 및 배치기준 강화를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은 지난 2016년 10월 6일 개정, 지난 2017년 3월부터 병원의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종합병원 및 150병상 이상 병원은 오는 10월 1일부터 적용되며, 이에 따라 감염관리실을 의무 설치하고 감염관리 업무 인력을 1명씩 배치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재갑 교수는 ”기준을 따라갈 수 있게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중소, 요양병원에서도 감염관리 간호사를 뽑을 수 있도록 수가로 보상하거나 단계적으로 지급 기준을 올리더라도 중소병원에 특화된 감염관리료를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한다면 중소병원도 조금씩 (정부의 정책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지침을 따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감염관리 등) 쓰나미 같은 과제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질병관리본부와 복지부는 전체적인 큰 그림, 로드맵을 짜서 체계적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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