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보다 상대가치개편에 초점 맞추는 정부…추가소요재정 1조 넘기기 힘들 듯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급자단체 간 진행되는 요양급여비(수가) 협상은 올해도 난항이 예상된다. ‘문재인 케어’ 시행을 위한 적정수가 보장론으로 수가 인상에 대한 공급자단체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접점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적정수가를 강조하면서 공급자단체들은 2019년도 수가 협상에서 예년보다 높은 수가 인상률을 기대하고 있다. 수가 협상 거부까지 검토했던 대한의사협회는 예년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가 인상률을 목표로 협상에 참여했다. 2018년도 수가인상률은 의원은 3.1%, 병원 1.7%, 치과 2.7%, 한방 2.9%, 약국 2.9%, 조산원 3.4%, 보건기관 2.8%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공급자단체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공급자단체는 이번 수가 협상에서 적정수가 보장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상대가치점수 개편 없이 환산지수만 인상하면 진료과별 왜곡 현상만 심화된다는 입장이다.

수가 협상 시작 전부터 공단은 “적정수가는 무작정 수가를 퍼주거나 인상 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환산지수를 결정하는 수가 협상보다는 상대가치점수 개편이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보건복지부도 같은 입장이다. 복지부 정경실 보험정책과장은 “통상적으로 수가 협상은 경제여건이나 의료물가 등을 고려한 환산지수를 계약하는 것으로 (환산지수 계약과 적정수가 마련은) 별도로 추진하는 게 맞다”며 “정부는 환산지수 계약과 적정수가 마련을 연계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관련 기사: 수가협상 통한 ‘적정수가 보상’ 기대에 찬물 끼얹는 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5일 서울 당산동 공단영등포남부지사에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2019년도 수가 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밴딩)을 결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5일 서울 당산동 공단영등포남부지사에서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를 열고 2019년도 수가 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밴딩)을 결정했다.

수가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의협이 개최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일 의사 1만여명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케어 저지’를 외친 궐기대회를 두고 시민사회단체나 환자단체 등은 직역 이기주의라고 비난했다.

의협 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들로 구성된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수가 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밴딩)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 25일 열린 재정운영위 소위원회에서는 의협 집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운영소위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농촌지도자중앙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녹색소비자연대 등이 가입자 대표로 참석했다.

공단 측은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공급자단체의 주장을 전달하며 이를 추가소요재정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가입자 대표들은 부정적이었다. 회의에서는 “더 주고 싶어도 문재인 케어에 반대하며 집회까지 여는 의협 때문에 안된다”는 말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가입자 대표들은 따로 모여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정도로 추가소요재정 결정에 신중했다.

격론 끝에 추가소요재정은 결정됐지만 공급자단체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적정수가 보장론에 힘입어 올해 추가소요재정은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예년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추가소요재정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 이후인 2016년 5월 진행된 2017년도 수가협상 당시 처음으로 8,000억원을 넘었으며(8,134억원), 이듬해인 2017년 5월 진행된 2018년도 수가협상에서는 8,234억원이었다.

공단과 공급자단체는 정해진 파이를 두고 오는 28일부터 진행되는 3차 협상에서 치열한 수 싸움을 시작한다. 공단 측은 협상 기한인 오는 31일 자정까지 타결을 이뤄낸다는 목표지만 공급자단체의 기대보다 작은 파이로 인해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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