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적정수가 약속은 공수표” 분노…전략적 대응 못한 집행부 책임론 대두

2019년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이 마무리 됐지만 의료계 내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협상 결렬에 앞서 이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선언한 대한의사협회로서는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협상 결렬과 건정심 탈퇴 시 페널티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초 수가협상에서 제시된 2.7%에도 훨씬 못미치는 인상률을 받게 될 수 있다.

정부의 적정수가 보장 약속에 한껏 기대를 해왔던 의협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수치가 기대에 턱 없이 못 미치자 지난 30일 결국 건정심 탈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31일 서울 당산동 공단 영등포남부지사(스마트워크센터)에서 새벽까지 진행된 공단과 공급자단체들과의 수가협상에서 의협과 대한치과의사협회만 협상이 결렬됐다. 의협과 치협을 제외한 나머지 5개 단체는 만족한 수치들은 아니지만 협상에 성공했다.

의원과 치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이 제시한 수치.

협상 결과, 평균인상률은 2.37%였으며, 수가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은 전년도보다 1,500억원 가량 늘어난 9,758억원이다.

하지만 의협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2.7%를 제안받자 결렬을 선언하고 건정심행을 선택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가 적정수가 약속을 어겼다고 분노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에 철저히 농락당한 기분”이라며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재개된 의정실무협의를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에서 수가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몇 번이나 강조해 의료계에서 기대를 했었는데 그게 공수표였다는 사실로 밝혀져 굉장히 실망스럽고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정심에서 페널티를 먹더라도 깨끗이 끝내는 게 낫지 구차한 소리를 할 필요 없다”면서 “이는 의사들의 자존심 문제다. 결렬 선언이 더 낫다”고도 했다.

또 “정부가 성의를 보였다면 의료계도 필수의료 등에 대한 보장성 강화에 충분히 협조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서 무슨 협조를 바라는지 모르겠다”면서 “의정협상도 기대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지나간 수가협상보다 앞으로 진행될 상대가치점수 개편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다른 시도의사회장은 “(낮은 수가인상률은)예상을 했지만 아쉬움은 있다”면서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하겠나.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개원의들이 이야기하는 수가 현실화는 대부분 진찰료 현실화인데 이는 앞으로 있을 상대가치 개편이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중요하다”면서 “의협은 이 부분에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수가협상을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집행부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한 경기도 개원의는 “의협의 수가협상 결렬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수가협상이 타결되는 게 더 어색한 결과”라고 평했다.

이 개원의는 “집행부는 이번 수가협상 결렬로 인해 앞으로 회원들에게 발생할 피해에 대해 심각히 반성해야 한다”면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최대집 회장은 철저하게 검증받고 책임져야한다”고 피력했다.

한 외과 개원의는 “매년 수가 결정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의협은 다른 단체보다 협상단의 인력과 준비성에서 턱없이 부족했다. 공단이 제시하는 낮은 수가인상률을 깰 수 있는 그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수가협상 중 건정심을 보이콧하는 행동이 과연 민초회원들에게 도움이 되겠냐”면서 “아무리 임기 초 집행부라도 이번 협상은 너무 부족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협상단과 집행부의 통열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13년도(2.2%) 이후 6년 만에 2%를 넘긴 대한병원협회(2.1%)도 수가협상 결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병협 박용주 수가협상단장은 “병원경영이 정상화돼야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안전에 세심한 배려를 할 수 있다”면서 “회원병원이 기대하는 수치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만 박용주 단장은 “향후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에 있어 수가 부족분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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