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초기부터 “정치적 목적” 비판 받아…추가소요재정의 48% 가져간 병협

투쟁과 협상을 동시에 진행한 대한의사협회의 전략이 2019년도 요양급여비(수가) 협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가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정치적 목적으로 협상을 이용하고 있다”고 의협을 비판했다.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들로 구성된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도 의협이 협상 도중 개최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 등을 비판하며 추가소요재정(밴드) 확대에 부정적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수가협상 내내 계속됐다.

적정수가 보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1조원 이상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던 추가소요재정이 지난해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의협뿐만 아니라 다른 공급자단체들도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에 공단이 처음 제시한 수가인상률이 1.1%였던 것처럼 공급자단체 대부분은 지난해보다 낮은 수가인상률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수가인상률이 공개된 3차 협상을 마친 공급자단체들 사이에서는 “너무 실망스럽다”, “이 상태로 수가협상을 진행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의협 수가협상단장인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지난 30일 진행된 협상을 마치고 나와 “제발 정상적인 수가를 받고 정상적인 의료를 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 달라”며 재정운영소위에서 수가 인상에 필요한 추가소요재정을 더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같은 날 의협 최대집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선언했다. 수가협상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의협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말이 나왔다.

협상 마지막 날인 31일 의협은 공단과 3차례 협상을 가졌지만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방 부회장은 “협상이 아니라 구걸하는 것 같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회의장을 나갔다. 공단 측이 의협에 제시한 최종 수치는 타결 시 2.8%, 결렬로 건정심행 선택 시 2.7%였다.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지난 5월 31일 서울 당산동 공단영등포남부지사에서 공단과 수가협상을 마친 뒤 나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적정 수가 보장을 약속했던 기자회견 사진을 들고 정부의 의지를 비판했다.

대조적인 병협, 추가소요재정의 48% 가량 가져가

의협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건 병협이었다.

병협도 지난달 28일 공단으로부터 처음 수가인상률을 제시받았을 때 “지난해보다 진전된 게 없어서 실망이 더 크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병협도 1%대 수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협은 30일 수가협상 관련 긴급대책위원회를 열고 공단이 원가보상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문재인 케어’ 등에 협조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협상 마지막 날인 31일 병협은 공단과 5차례나 만나 줄다리기를 했다. 다른 공급자단체들은 1일 오전 1시 전후로 협상을 끝냈지만 병협은 오전 2시 45분에야 도장을 찍었다.

다른 단체들보다 2번 더 공단을 만나 협상을 했던 병협이 얻은 최종 수가인상률은 2.1%로 전년도보다 0.4%p나 올랐다. 특히 추가소요재정 9,758억원 중 48% 가량인 4,600억원 이상이 병협 몫으로 돌아갔다.

병협이 6년 만에 2%대 수가인상률을 받을 수 있었던 원인은 어려운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이라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수가협상을 끝낸 후 가진 기자브리핑에서 병협의 수가인상에 대해 “여러 요인이 있다. 병협이 병상 간 이격 거리 확대 등 수가 인상이 필요한 요인들을 제시했고 이를 가입자 대표들에게 설명했더니 이해를 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협상이 결렬된 의협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성향이나 액션에 신경 쓰지 않고 소속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수가협상에 성실히 응해 많은 진전을 이뤘지만 격차를 줄이지 못해 아쉽다”며 “협상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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