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의 醫藥富業

지난 5월 31일 대한의사협회는 2019년도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의협이 요구한 7.5%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8%와는 너무 거리가 먼 수치라는 것이다. 의협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해 8월 비급여의 급여화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 시행을 예고하면서 '적정수가'를 보장한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과연 적정수가를 이루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의료비가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사실은 이제 의사들만의 주장은 아니다. 또한 이러한 저수가로 인해 의료제도의 왜곡이 심화되고 나아가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 지경이라는 이야기도 어느 정도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는 듯하다.

송형곤 젬백스&카엘 대표이사

1963년 의료보험법이 처음 제정된 이래 2000년 국민의료보험과 직장 의료보험이 통합된 국민건강보험이 단일 공보험으로 자리잡으면서 저수가에 대한 논란은 지속돼 왔다. 여러 해외의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세계 각국에 비교해 낮은 수가 체계를 유지해 왔다.

싼 것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은 싼 물건을 찾아 사려고 하지만 싼 물건은 그에 따른 분명한 이유가 있다. 싼 대신 소비자가 감내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의료비가 싸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보험이 적용되는, 다시 말해 급여 부분에서 그렇다. 환자에게 행해지는 의료서비스나 투여되는 약물이 보험적용이 안되는 경우, 즉 비급여일 경우 절대 싸지 않다. 이른바 풍선 효과가 있어 급여 항목일 경우 건강보험에서 규정한 수가를 지불하지만 그러한 제재가 없는 항목의 경우는 가격을 비싸게 책정해야 급여 항목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싸기는 한데 죽을 병이 걸리면 엄청 비싸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고 이러한 이유에서 싸고 좋은 것은 없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수가협상이 결렬된 비슷한 시기에 간암치료에서 경동맥화학색전술(TACE)을 할 때 사용하는 '리피오돌'을 독점 공급하는 프랑스 제약사 '게르베'가 약가 500%인상을 요구하며 관철되지 않을 경우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외국계 제약사나 의료기기, 의료재료 제조회사의 낮은 한국내 수가로 인한 철수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2011년 올림푸스의 위암 점막하 절제를 위한 내시경 나이프, 2017년 고어 메디컬의 심장 수술용 인조혈관 등 몇차례 이러한 일을 경험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리피오돌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약 50달러에 판매된다. 이는 의료비가 비싸다고 알려진 미국의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베트남, 태국, 브라질에 비해서도 싼 가격이다.

이러한 공급 중단 내지는 철수를 단순한 제약사의 갑질이라고만 봐야 할까?

약을 처방하는 입장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의 CEO가 되고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약물이 개발되어 오랜 동안 전임상, 임상 1,2,3 상을 거쳐 판매 가능한 허가 약품이 되기까지 개발사는 엄청난 자본을 투여한다. 그런데 그렇게 투입된 자본은 그 약물이 물질특허가 존재하는 혹은 용도 특허가 존재하는 20년 안에 회수돼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축적된 자본은 다른 신약을 개발하는데 또 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단순 갑질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혹자는 그럼 왜 처음부터 싸게 들어왔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것에는 이유가 있다. 외국에서 신약이 들어올 경우 그 약물의 가격은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수가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결정된다. 다른 의료서비스나 약물의 가격이 100원대인데 유독 그 약물만 1,000원이라면 국내에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가격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제약사의 상황에 따라 특허 만료기간이 얼마 안 남았다거나 국내의 수요가 지나치게 증가해 우리나라에 판매하는 것보다 다른 나라에 파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당연히 해당 제약사는 약가의 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일정한 제도와 규정 안에서 최소 비용을 통해 최대의 이익 창출을 하는 것이다. 제약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인용하며 손해가 나더라도 판매를 지속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한민국이 저수가환경이 지속되는 한 이런 일은 반드시 또 일어난다. 거꾸로 국내 제약사가 현재까지 치료적 대안이 없는 난치성 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가정하자. 국내의 수가체계에서 받을 수 있는 약가는 분명히 낮게 책정될 것이다. 전체적인 의료수가 내에서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정도 수준의 약가가 결정됐는데 미국 내 허가를 받고 판매가 가능해 수출이 시작됐다고 가정하면 국내 판매가보다 10배 100배 높게 받을 수 있을까? 답은 “절대 그렇게 못한다”이다.

결국 비정상적인 저수가구조를 깨지 않으면 국내 환자의 생존권은 물론 의료의 산업화를 통한 국부창출에도 막대한 지장을 줄 것이다.

이제는 크게 보고 30년 이상 공고히 지속될 수 있는 수가 제도, 보험제도를 고민할 때이다. 그래야 환자도, 의사도 기업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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