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행정학회 학술대회서 찬반 의견 엇갈려…정부 "문케어, 신규 비급여 막는 수단"

지난 8일 한국보건행정학회가 강남구 소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미래 보건의료제도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의 화두도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였다.

학계와 의료계, 환자단체 등에서도 기대와 우려를 드러내며 혼란스러운 상황임을 보여줬다.

신정우 부연구위원

이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 주관한 '문재인 케어의 지속가능성' 세션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정우 부연구위원은 '의료비의 추이와 건강보험 보장성'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신정우 부연구위원은 발표를 통해 매년 1%p씩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면 2022년에는 약 68%가 될 것이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전년 대비 추가 소요액(2018~2022년 연간 비례적 증가 가정)의 합은 30.7조원으로 문재인 케어가 추산한 30.6조원이 무리없는 추계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정태적 분석에 의한 결과로 향후 공급자와 환자의 반응에 따른 동태적 변화를 관찰하면서 목표치 수정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신 부연구위원은 선심성 급여화 및 가격 인상 등에 대한 견해도 피력했다.

문재인 케어가 본격화 하기 전부터 공급자들을 달래기 위한 상대가치점수 부여 내지 인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권역외상센터 수가 인상, 수면다원검사와 양압기 급여화, 의원급 의료기관 수술 야간·공휴일 30% 가산 등의 시행을 예로 들었다.

신 부연구위원은 "문케어를 하면서 재정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고, 재정 영향 요인을 깊이 검토해야 하는게 먼저"라며 "P(평균가격=환산지수*가중평균상대가치점수)와 Q(진료량)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혼합진료에 대해서도 신 부연구위원은 "급여와 비급여가 혼합된 부분 등을 포함해 신규 급여 항목이 시장 가격을 지지해주는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며 "참조가격제 등의 도입을 논의할 필요성도 있다"고 밝혔다.

권순만 교수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는 '보장성강화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위하여'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재정적, 정치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햇다.

권 교수에 따르면 정부는 의학적 비급여(3,600여개) 약 3조원과 MRI·초음파 2조원, 선택진료·상급병실 약 1조원 등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재정 소요는 수요와 공급의 탄력성에 대한 자료 부재와 급여확대가 의료서비스 수요와 공급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급여확대와 같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한정된 자원의 배분을 위한 우선순위 설정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날 환자단체연합회 최성철 이사는 정책의 난이도, 문재인 케어 이후에 운영과정,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 초고가 신약 등장 등에 우려를 드러냈다.

먼저 기존 비급여 항목을 급여화하는데 단기간 평가가 어려워, 퇴출돼야 할 본인부담금 80% 항목들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케어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신의료기술, 치료재료, 신약 등을 평가해야 하는데, 현 평가제도 하에서라면 국민들의 공감을 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회적 요구와 같은 정량적 판단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어, 평가 항목 수정 없이 환자나 국민 설득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보장성 강화를 위해 30조원 가량이 투입된다는데, 국민들이 이를 체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최 이사는 "1회에 5억원 가량이 필요한 초고가 항암제도 있다. 일반 국민은 감당하기 힘든 초고가 신약이 곧 출시된다"면서 "정부는 공공성을 이야기 하지만 정작 공급은 제약사 등 민간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의견에 정부의 생각은 달랐다.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 고영우 과장은 보장성 강화 정책에 앞서 수가 보전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또 모든 환산지수를 일률적으로 올리는 형태로 수가를 올리는 것보다는 인적가치에 투자할 방침이라고도 했다. 물적가치는 시간이 지나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상대가치를 조정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 과장은 "정부는 적정 수가 수준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수가 먼저 올리고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는게 아니라 동시에 단계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며 "이와 함께 정부는 건강보험 종합계획도 세우고 있다. 의료계와 학자, 전문가, 시민단체 많은 분들 참여해 단기와 중장기적 목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보장본부 현재룡 본부장은 보장성 강화 정책의 본질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룡 본부장은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신규 비급여 창출 막는 것"이라라며 "그간 유사한 형태의 비급여가 반복해서 늘어나는 구조였다.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엄하게 잡는 대신 손실되는 부분 특히 인적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가가 올라가면 해당 부분들이 실제로 근로자 임금 등 긍정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확인이 되는 기조가 필요하다"면서 "회계와 원가부분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보험자 만이 아니라 공동 검증하는 절차 만든다면 '주겠다, 말겠다'하는 시시비비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본부장은 끝으로 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말한 '원가+알파'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앞서 김용익 이사장은 의료기관이 비급여가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에 원가+알파 수준의 수가 설정이 필요하고 당연하다며 병원이 운영 가능한 수준의 수가를 책정해줘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 본부장은 "비급여가 급여화 되면 병원들은 급여부분에서 경영해야 할 것이다. 이부분에 대한 적정보상은 필요하다"며 "그 전제로 현행수가 자체도 원가보전 안되는 영역과 과보상 영역도 있다. 급여만으로 병원 유지하기에는 현행 원가가 부족하다면 그 부분 조사해서 원가+알파 형태를 주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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