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랩에이치 김호 대표 ‘HiPex 2018’에서 이대목동 위기관리 실패 원인 분석

“우리나라 병원은 두 종류가 있다. 이대목동병원 같은 일을 겪은 병원과 겪을 병원.”

20년차 위기관리 컨설턴트인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가 2017년 12월 16일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사망사건에 대해 분석을 하면서 한 말이다.

김 대표는 청년의사 주최로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산 명지병원에서 열리는 ‘HiPex 2018 컨퍼런스(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8, 하이펙스)’에 연자로 선다. 김 대표는 하이펙스 첫째날인 20일 첫번째 Case Study 발표 연자로 나서 ‘이대목동병원 위기 사례를 통해 본 병원의 사회심리적 대응 방안에 대한 탐구’를 발표한다.

하이펙스에 앞서 본지와 만난 김호 대표는 의료기관과 의료사고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단순히 ‘다른 병원에서 발생한 사건’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대목동병원의 가장 큰 패착 ‘사회심리적 관리 실패’

위기관리 컨설턴트들이 말하는 3가지의 관리는 물리적, 법리적, 그리고 사회심리적 관리다.

물리적 관리는 불나면 불끄는 것과 같은 직접적인 관리를 뜻하며, 법리적 관리는 변호사를 통해 법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 마지막으로 사회심리적 관리는 피해자 관리와 함께 여론·언론 등에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의 잘못된 위기관리 분석을 위해 100여건의 언론보도와 공식 보도자료, 이대목동병원이 진행한 기자회견 동영상 등을 분석했다는 김 대표는 이대목동병원의 가장 큰 패착은 사회심리적 관리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이대목동병원의 심리적 관리 수준을 ‘호스 한번 잡아보지 못한 소방관이 불끄러 간 셈’이라고 비유했다. 심리적 관리의 핵심인 피해자 관리는 물론 언론 대응과 여론을 대하는 방법 등 모든 부분에서 실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위기관리 중 사회심리적 관리의 핵심은 피해자 관리이며, 피해자 관리의 핵심은 케어"라면서 "자신들의 실수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을 ‘실제로 케어했느냐’도 중요하지만 ‘케어한 것처럼 보이느냐 아니냐’도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언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건을 보는 사람들에게는 ‘케어한 것처럼 보이느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경우 기자회견을 피해자들과 상의없이 했다는 보도를 봤다"며 "이 자체만으로도 잘못된 (병원의)판단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잘못됐다고 본다. (HiPex에서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뤄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김 대표는 “위기관리의 90%는 준비다. 소방관들이 훈련 안하고 현장에 못나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라며 "이대목동병원은 호스도 한번 잡아보지 못한 소방관이 불을 끄러 나간 것처럼,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기자회견에 나와서 피해자와 언성을 높이는, 정말 해서는 안된 일을 한 케이스였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이대목동병원이 약품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비판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대목동병원은 위기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서 그것마저도 안됐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또 “검찰이나 경찰이 (이대목동병원) 의사를 구속하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적으로 비난을 살 수 있을 것처럼 병원이 행동을 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생각했다”면서 "병원 측이 최선을 다해 (피해자와 국민들의) 분노를 달래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켜 본인들 스스로 법리적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 아닌가 싶다"고 안타까워 했다.

의료기관, 응급실 관리하듯 위기관리 준비해야

이에 김 대표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계기로 의료기관들이 병원 내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이제부터라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병원 위기관리는 응급실 관리와 같다"며 "병원 행정직에 있는 사람들이나 경영진은 (사건이 터지면) 응급처치를 하면서 여론도 마주해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준비를 항상 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후 환자들어 어떻게 소통하고 여론을 대하느냐 등에 대해 훈련을 해놓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소통과 관련해 거의 최악의 대응을 했다"면서 "의료계 내에서도 이런 훈련이 돼 있는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이대목동병원과 같은 사건이 우리 병원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확신할 수 있는 곳은 없다"며 "우리 병원이 이대목동병원이 아니라고 안도할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의료기관들도 위기관리에 대해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등 태도를 변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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