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방문약사제 시행은 의약분업 실패 자인하는 꼴…‘분업재평가위’ 설립해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약사회가 오는 7월부터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합의하자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8일 공단과 약사회는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시범사업은 빅데이터(진료내역)를 기반으로 지역을 선정한 후 고혈압·당뇨병·심장질환·만성신부전 질환자 중 약품의 금기, 과다 중복투약 대상자를 지정해 실시한다.

방식은 약사회 소속 약사와 공단 직원이 함께 대상자 가정 방문하고, 지속적(4회) 투약관리로 ▲약물의 올바른 사용관리 ▲유사약물 중복검증 ▲약물 부작용 모니터링 등 올바른 약물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범사업 대상 지역은 서울 도봉, 강북, 중구, 중랑, 인천 부평, 남구, 경기 안산, 고양 일산 등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14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문약사제도 시범사업 소식에 황당함을 금할 길 없다”면서 “방문약사제도는 의사의 처방권, 국민건강권에 심각한 침해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약사가 임의로 환자의 의약품 투약에 개입하고 의사 본연의 일인 처방에 간섭해 불법의료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면서 “이로 인해 국민건강권은 침해되고 직역간 갈등과 혼란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방문약사의 문제점은 현행 의약분업 제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데 있다”면서 “의약분업이 시행됨에 따라 환자들은 강제적으로 불편함을 경험해야 했고, 재정은 재정대로 낭비돼 왔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시범사업 대상 선정에 있어 공단이 개인 정보를 침해했다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최 회장은 “공단이 5개 이상의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 정보를 마음대로 열람하고 이들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면서 “이는 개인의 가장 비밀스러운 진료정보를 침해한 것이다. 시범사업이 진행되면 환자들의 제보를 받아 법률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방문약사제 시행은 의약분업 실패를 공개적으로 자인하는 꼴”이라며 “정부는 즉각 시범사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특정 직역에 국민들의 혈세가 과다하게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 부회장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약국 조제료는 3조8,480억원이다. 이를 개업 약국 수(2만1,700여개)로 나누면 1곳당 1억7,700여만원씩 배분된다.

방 부회장은 “정부는 의약분업을 시행한 이유에 대해 잘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진정으로 국민 편익을 위한다면 이제 현실을 직시하고 협회가 줄곧 제안해온 최적의 대안, 선택분업을 전격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 부회장은 “대한민국의 의료를 후퇴시킨 주범인 의약분업의 전면 재검토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의협, 약사회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의약분업 재평가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정부는 공단이 본연의 사명인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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