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희 교수 "북한 간호교육·임상실무 현황 분석 필요…탈북민 보건의료 통합 기여 전략 세워야"

남한에서 간호사가 된 북한 이탈주민(탈북민)들이 남과 북의 간호교육 차이로 인해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간호대 추상희 교수는 남북하나재단과 통일보건의료학회가 공동으로 지난 15일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탈북민의 남한 간호교육과정 경험’ 사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세대 간호대 추상희 교수는 지난 15일 연세암병원 서암강당에서 열린 남북하나재단, 통일보건의료학회 공동 춘계학술대회에서 ‘탈북민의 남한 간호교육과정 경험’ 사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12세 이상의 나이에 북한을 이탈, 남한에 정착한 사람들 가운데 간호사 면허를 소지하고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일대일 면담과 포커스 그룹 면담을 적용한 결과, 탈북민 출신 간호사들은 학부 교육과정, 임상 실무 등 간호사 업무 전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원인은 크게 ▲학부 교육과정에서의 수준 차이 ▲북한과 남한의 간호교육 차이 때문이다.

추 교수는 “지난 2016년 통계에 따르면 북한이탈 간호인력은 약 133명으로 추정되지만 간호사 국가시험에서 면접을 통과한 사람은 5명, 최종 합격자는 단 3명에 불과했다”며 “이는 남한과 북한의 간호교육 수준 차이에 대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에 자신 있던 탈북민이라 하더라도 북한과 남한의 수준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객관식 시험이 없는 북한과 달리 간호사 면허 국가고시나 학부 시험이 대부분 객관식으로 치러지다보니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

북한에서 간호원으로 근무한 경력자도 실무에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추 교수는 북한에서 간호원으로 3년 정도 근무한 적 있는 한 탈북민의 사례를 소개했다. 자신의 간호원 경력, 임상경험이 남한에서의 간호사 직업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 간호학과 진학을 택했으나 처음 간호학과를 지원한 학생 만큼이나 북한에서 간호원 했던 것이 (남한에서 간호사로 활동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추 교수는 “북한에서는 간호원이 되려면 간호원양성소에서 6개월 교육을 받으면 된다"면서 "남한에 비해 과정이 지나치게 짧기 때문에 이를 수료한 탈북민들도 ’그 과정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남한의 간호사와 북한의 간호원의 일이 너무 다르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이나 호기심도 이들이 임상현장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추 교수는 “아무리 숨기려해도 억양을 통해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며 “이에 업무 외적으로 개인적인 질문, 북한에 대한 질문을 받게 돼 곤란하고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탈북민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탈북민 대상 간호교육을 개발하는 등 남북한 간호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추 교수는 “안정적인 의료체계 구축에 적정수의 간호인력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며 “탈북민이 통일 후 보건의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추 교수는 “먼저 북한의 간호교육 및 임상실무 현황을 분석하는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며 “연구 결과와 더불어 탈북민을 통해 확인된 남북한 간호교육, 실무수준 차이를 바탕으로 탈북·재북 간호인력을 재교육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교수는 또 “사람에 대한 이해도 꼭 필요하다. 탈북민들이 어떤 체제에서 살았고,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협력한다면 남북한 간호 통합, 간호인재 양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4년 탈북해 남한에서 간호사로 재직한 바 있는 김옥신 씨(고대 통일보건의학 석사과정 재학 중)도 탈북민 출신 간호대학생이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옥신 씨는 “(간호대) 교수와 탈북 보건의료 대학생을 연결해주는 멘토링 사업, 또래 동료집단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심리적지지 세력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간호대에 입학하는 북한 이탈주민 출신 간호대생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대학생활, 문화생활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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