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 “100억만 도와줘도 엄청난 기적 만들 수 있어”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뇌전증 환자들은 소외되고 있다며 지원을 늘려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

대한뇌전증학회 홍승봉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제23차 국제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뇌전증은 100억만 도와줘도 엄청난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 “국내 30만 뇌전증 환자들을 위해 치매 질환의 백분의 일, 천분의 일이라도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홍 회장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들 중 약 30%는 약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아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고 있다.

이런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수술로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서는 뇌전증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는 뇌부위를 정확하게 진단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검사 장비가 뇌자도(MEG, magnetoencephalography)다. 뇌자도는 뇌세포의 자기 변화를 기록하는 장비로 현재 가장 정확한 검사결과를 보여준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는 수 십대가 배치돼 뇌전증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뇌자도는 단 한대도 없다.

수술 장비도 마찬가지다. 두개골을 열지 않고 작은 구멍만 뚫어 뇌전증 병소를 제거할 수 있는 내시경 레이저 수술 장비가 한국에는 없다.

미국에서는 환자들이 쉽게 수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두개골을 열고 하는 수술은 줄고 내시경 레이저 수술이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 환자들이 이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에 나가야 한다.

두개골에 2mm 정도의 작은 구멍을 여러 개 뚫고 침전극을 삽입하는 삼차원뇌파수술(StereoEEG)도 미국, 유럽 등에서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기에 필요한 ROSA 로봇 장비 역시 국내에는 한대도 없다.

세 장비 모두를 구입하는데 필요한 총 비용은 약 50억원이다.

홍 회장은 “뇌자도는 뇌전증 수술에 매우 중요한 장비”라며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뇌자도가 없어 하지 못하는 수술도 있고 정확한 병증 부위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회장은 이어 “1년에 우리나라에서 뇌전증 수술을 받는 인원이 500여명 수준인데 뇌자도 한대가 검사할 수 있는 환자 수는 800여명 수준”이라면서 “뇌자도를 갖추게 되면 현재보다 더 높은 수술 성공률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내시경 레이저 수술 장비 및 ROSA 로봇 장비에 관련해서도 “환자 두개골을 열고 수술을 하는 것보다 작은 구멍을 뚫어 수술을 진행 경우 침습이 적어 회복도 빠르고 부작용도 매우 낮게 나타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뇌전증 환자들이 치매나 뇌졸중 등 다른 신경계 질환 환자들에 비해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홍 회장은 “뇌전증은 치매,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에 포함되지만 다른 두 질환과 달리 국가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본도 하고 있지 않은 경도인지장애 환자에 대한 MRI 검사는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정작 당장 길에서 쓰러지는 (뇌전증) 환자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치매센터와 치매안심센터는 전국에 270여개가 넘는데 뇌전증 환자들을 위한 지원센터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환자들이 정보를 교환하거나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고 했다.

홍 회장은 “뇌전증은 100억만 도와줘도 엄청난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 “국내 30만 뇌전증 환자들을 위해 치매 지원의 백분의 일, 천분의 일이라도 지원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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