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범 교수, 의료윤리학회지에 관련 논문 게재…이동수련 부작용 막기 위해 수련교육 표준화 필요

대학병원에서 발생하는 전공의 대상 폭력이나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이동수련이 쉽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 이동 수련으로 인한 지방 대학병원의 공동화 현상을 막으려면 충분한 논의를 거쳐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동경희대병원 박창범 교수(심장혈관내과)는 최근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게재한 ‘대학병원에서 교수에 의한 전공의 성희롱’ 논문을 통해 전공의 수련 구조를 개선해야 폭력이나 성희롱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가 지적한 전공의 성희롱 사건의 원인은 교수의 권위주의적 위계질서 및 반말 문화, 반강제적 회식·접대 문화, 교수들의 패거리 문화와 성희롱에 대한 경징계, 전공의 수련의 구조적인 문제다.

특히 대학병원 내 개별 과들이 폐쇄된 구조를 가져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이더라도 다른 과에서 발생한 사건에 개입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전문의 시험을 볼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강제적으로 3~4년 동안 반드시 수련을 해야 하지만 현 수련제도 하에서는 다른 병원으로 이동 수련이 거의 불가능해 가해자나 방관적인 다른 교수들에 의한 2차 가해나 보복행위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학병원은 가해자인 해당 교수에 대해 직위해제, 경고, 견책, 감봉 등 경징계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어느 정도 시간 경과 후 복직하면 교수와 전공의 관계로 다시 만나게 되는 구조적 문제점이 사태를 점차적으로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수련부장은 해당 병원 교수가 보직을 맡게 돼 전공의가 민원을 제기해도 결국 해당 과 과장에게 민원이 공유돼 문제를 제기한 전공의에 대한 압박이나 회유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동수련 활용을 제안했다. 전공의의 수련병원 이동을 쉽게 하자는 것으로,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지난 3월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수련병원 또는 수련기관의 지정이 취소되거나 일부 진료과가 지정기준에 미달해 전공의 정원 조정이 발생한 경우 등으로 이동수련이 제한돼 있다.

박 교수는 “한 병원에서만 수련받도록 한 현재 교육수련환경은 전공의가 차별적 대우를 받거나 교수나 상급전공의에게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이를 신고하기 쉽지 않다”며 “전공의의 수련병원 이동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공의 이동수련을 활성화하려면 전공의 업무 표준화 등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현재 경직된 전공의 모집과 정원 환경에서 수련병원 이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수련병원 이동제도가 활성화된다면 지방 대학병원들의 공동화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 문제점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전공의가 없으면 잘 굴러가지 않는다'면서 전공의 수련병원 이동을 거부하는 것은 각과나 병원의 사정일 뿐”이라며 “이 제도(이동 수련)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각 연차당 전공의의 업무 및 능력을 표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 “1~4년차까지 각 연차별로 수련단계별 수련교육 프로그램을 표준화하고 전공의 승급제도를 마련해 현재처럼 당연히 올라가는 게 아니라 구속력이 있는 수련평가서 도입이나 자격시험 등을 통해 유급제도를 마련하는 등 여러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정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수련병원에 대한 재정 보조를 고민해볼 만하다”며 “현재 미국은 전공의 교육훈련 등 인력 양성과 관련된 비용에 대해 전공의 인건비뿐만 아니라 교육을 수행하는 지도전문의의 인건비도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 외 간접비나 여러 제반 사항에 대해 보험자와 지방정부, 중앙정부 등 관련 부처들이 일정 부분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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