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랩에이치 김호 대표, 2018 HiPex에서 병원 위기대응법 관련 강의

이대목동병원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신생아 사망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유족이 아닌 언론 대상 기자회견을 먼저 개최한 게 ‘화’를 키웠다는 게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진단이다.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는 20일 청년의사·KPMG 주최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 2018 컨퍼런스(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8, 하이펙스)’에서 병원의 위기대응 방식을 이야기하며 이같이 말했다.

하이펙스 첫째 날 연자로 강단에 오른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16일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위기관리를 하는 과정에서 위기를 만들어낸 케이스”로 꼽았다.

김 대표는 이대목동병원이 지난해 12월 17일 개최한 기자회견에 초대받지 못한 유족들이 반발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가장 큰 실수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것이다. 피해자 가족들과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이런 상태에서는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대목동병원이 발표한 사과문의 품질은 점점 좋아졌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어떤 사과를 해도 소용이 없었다”며 “위기 대응에는 첫 단추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유족이 인터넷을 보고 이대목동병원이 기자회견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유족에게 먼저 브리핑을 해야 했다. 위기상황에서 병원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라며 “불안에 떠는 부모들을 안심시키고 보호하는 방향으로 대응했어야 했는데 병원 스스로 대립 구도로 갔다”고 했다.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는 청년의사·KPMG 주최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 2018 컨퍼런스(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8, 하이펙스)’에서 병원의 위기대응법에 대해 강의했다.

특히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외부의 시각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위기 상황을 겪은 당사자들은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 쉽지 않다. 너무 당황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안된다”며 “외부 시각에서 의사결정을 해야지 병원 입장에서 결정하면 좋은 결정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만약 내가 낳은 아이가 병원에서 갑자기 사망했을 때 병원에서 어떻게 해주길 바랄까를 생각해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고 싶고, 병원이 숨기지 않고 제대로 설명해주기를 바란다”며 “피해자 부모 입장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알 수 있지만 위기 상황에 빠지면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대목동병원이 첫번째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사과문을 분석한 결과, 유감 표시가 53%, 해명이 19%, 취할 조치가 29% 정도 담겼다며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액션, 취할 조치 부분으로 50%를 넘는 게 좋다. 해명은 20%를 넘지 않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과문 중 ‘매우 이례적이고 불행한 일’이라는 표현은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이처럼 불행한 일’ 정도로 하는 게 좋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병원들이 평소에도 위기관리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위기가 발생하면 정보의 진공 현상이 생긴다. 사건에 대해 육하원칙이 채워지지 않는데 병원은 이를 빨리 채워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부터 먼저 설명한 다음 조사를 거쳐 왜 이런 일이 벌어졌고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을 그 다음에 발표해야 한다”며 “사건이 발생한 지 24시간 이내에 빠르게 발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평상시에 의료진에게 의료사고가 나면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교육을 해야 한다. 환자와 피해자 가족이 항상 먼저라는 걸 알려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법적인 대응과 심리적인 대응도 다르게 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법적으로는 유죄라고 밝혀질 때까지는 무죄를 주장할 수 있지만 여론 대응은 그 반대다. 여론에 법리적 논리로 대응하는 건 위험한 행동이다. 법리적 논리는 법정에서 써야지 유족이나 언론 대응에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의 대응에 대해서는 “현 프레임에서 의사들의 시위는 지지받기 힘들다. 이미 병원 대 피해자의 대립 구도가 강하게 형성된 상황이어서 지지받기 힘들다. 피해자들이 의사들이 시위에 항의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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