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창구 단일화 회의에 병협 참여…“병협이 의협과 같은 생각일지 의문”

올 하반기로 예정된 뇌·뇌혈관 MRI 급여화와 관련, 대한의사협회가 대화 창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25일 보건복지부, 전문과 학회들과 만나기로 했지만 의협이 대화 창구로 정해지더라도 주도권을 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뇌·뇌혈관 MRI 급여화를 논의하는 회의에 대한병원협회도 참석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25일 오후 7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별관(국제전자센터)에서 의협, 병협, 심평원, 7개 관련 전문학회 등이 참여하는 뇌·뇌혈관 MRI 급여화 회의를 개최한다.

앞서 의정은 MRI 급여화 관련해 전문 학회들의 입장을 직접 듣고 대화 창구 단일화 문제를 결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전문 학회들의 입장이 공통적으로 모아질 경우 의협을 공식적이고 유일한 대화 창구로 인정하겠다는 복지부의 제안을 의협이 수용한 것이다.

이에 25일 회의에는 ‘뇌·뇌혈관 MRI 분과 협의체’에 참여했던 대한신경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영상의학회를 비롯 대한소아과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등이 참여한다.

의협은 지난달 30일 오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 앞에서 ‘의-정 신뢰 깨는 MRI 급여화 저지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주목할 점은 당초 회의 참여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병협이 참석하기로 했다는 데 있다. 병협의 참석은 지난 14일 의정실무협의체 제2차 회의 브리핑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병협이 회의에 참여한다면 의협이 대화 창구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앞으로 진행될 뇌·뇌혈관 MRI 급여화 과정에서 의협이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대화 창구 단일화와 관련해 의협과 병협 간의 사전 조율이 없었다”면서 “과연 병협이 의협과 같은 생각으로 회의에 참여할지 의문이다. 서로 조율되지 않은 상태로 회의에 참여한다면 복지부에 좋은 기회만 제공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화 창구를 단일화한다는 것은 기존 논의를 다 뒤집고 새롭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인데 병협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MRI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진행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자신들의 발언 기회와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만약 복지부가 병협과 학회들을 설득해 스케줄표에 맞춰 계획을 추진하려고 한다면 의협이 이를 저지하기 버거울 것”이라며 "우리나라 MRI 대부분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진행된다. 그럼 누구 목소리가 더 먹힐지는 자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의협은 병협의 참여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의협 관계자는 “25일 회의는 의협으로 대화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뿐 아니라 뇌MRI 급여화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도 함께 진행하는 자리”라며 “그럼 병협도 참여해야 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그는 “창구를 단일화한다는 뜻은 병협까지 같이 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학회와 단일화 문제를 정리하고 병협과 협조해 나갈 수는 있다. 논의를 통해 의협과 병협이 같은 스탠스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도 합리적인 급여화 작업을 위해서는 병협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복지부 예비급여과 손영래 과장은 “지금은 흐지부지됐지만 지난해 MRI 총괄협의체를 만들었을 때 병협이 참여했고 뇌·뇌혈관 MRI 분과협의체에도 참여시킬 생각이었다”면서 “MRI는 워낙 병원급 이상에서 차지하는 포션이 크기 때문에 잘못 설계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병협이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진행될 뇌·뇌혈관 MRI 급여화 논의에서 의협의 조정자 역할을 인정하겠다고 했다.

손 과장은 “급여화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급여범위(기준)와 수가 설정인데 범위는 의학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이에 대해 의협이 대표성을 가지고 조정하는 권한들은 인정한다. 사전에 조정을 하던 중간 중간 문제가 생기면 정리를 하던 의협이 나름의 역할을 하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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