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ex 2018'서 공황장애 경험 공유…"'그랬군요' 한마디가 '공감하고 있다' 위안으로 다가와"

공황장애를 앓았던 이희준 씨의 마음의 짐을 덜어준 의사의 한마디는 무엇이었을까?

배우 이희준 씨는 지난 21일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 2018 컨퍼런스(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8, 하이펙스)’에 참석해 자신의 환자 경험을 공유했다.

이 씨는 용기를 내 찾아간 정신과의원에서 의사가 ‘그랬군요’라는 말을 건네자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그는 의사가 자신의 아픔에 공감해 줬을 때 마치 마음에 놓인 큰 돌을 내려놓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배우 이희준 씨는 지난 21일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 2018 컨퍼런스(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8, 하이펙스)’에 참석해 자신의 환자 경험을 공유했다.

이 씨가 처음 공황장애 증상을 경험한 것은 7년 전 연극 무대에서였다. 대학로 극장에 오른 이 씨가 뱉어야 했던 대사는 ‘나가서 찾아볼까’였지만 무대에 올라 많은 관객 앞에 서자 이내 말문이 막혔다.

다음날 돼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공연 시작 5분을 앞두고 또다시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주변에 증상을 말해도 ‘너 연기 잘 하잖아’, ‘헛소리 하지마’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한 달에 두번 정도 나타나던 공황장애 증상은 한 달에 다섯 번, 한 달에 열 번으로 빈도가 늘어갔다. 더이상은 안 되겠다는 마음에 정신과 의원을 찾았다.

이 씨는 “선생님이 처음 ‘그랬군요, 그럴 수 있어요’라는 말을 건넸을 때 갑자기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며 “이런 사연을 가지고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도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 온 경우가 많다. 그간 혼자 말더듬이 병이 온 것 같고, 죽고 싶은 마음도 들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근데 말뿐이라 할지라도 ‘그랬군요’라는 말을 들으니 정말 위안이 됐다”며 “이후 법륜스님을 찾아가 질문을 하고 답을 들었을 때도 비슷한 위안을 얻었다. 그러자 어떤 약을 먹거나 한 것은 아닌데 4~5년 만에 무거운 돌이 (마음에서) 떨어졌다”고 했다.

이 씨는 “그렇게 거리로 나오니 가로수 나뭇잎이 이제야 초록색으로 보이더라"라며 "수년간 한번도 못느꼈던 광경이었다. 그간 병을 낫게 하겠다는 마음에 사로잡혀 숨쉬는 걸 못느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이 씨는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이를 ‘나만의 치료제로 만들어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지인 17명과 함께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자신의 공황장애 경험을 담아 만든 ‘병훈의 하루’는 이 씨의 감독 데뷔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 본선에 올랐다.

자신의 환자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이 씨는 “사실 수많은 환자를 보며 그들에 일일이 공감해주시기가 힘든 것을 잘 안다. 입장 바꿔서 내가 의사라 하더라도 10여분의 진료시간 동안 환자에 완전히 공감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그러나 말이라도 ‘그랬군요’ 해 주는게 환자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등으로 여러 사례를 보면서 (정신과적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아픔에 크게 공감했다”며 “말 한마디가 크게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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