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중 기자 ‘HiPex 2018’에서 일본 병원의 고령화 대비 소개…“한국 병원, 고령화에 대비 해야”

“고령화 시대, 우리나라 병원은 환자의 입원을 걱정하지만 일본의 병원은 퇴원을 걱정한다.”

일본의 고령화 대비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특파원으로 파견된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가 한국과 일본의 의료기관을 단적으로 비교하며 한 말이다.

김철중 기자는 22일 명지병원에서 열린 ‘HiPex 2018 컨퍼런스(Hospital Innovation and Patient Experience Conference 2018, 하이펙스)’에 참석해 ‘고령환자가 많은 일본의 병원서비스’를 주제로 우리나라 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은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고 퇴원 후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돕는 시스템까지 도입한 반면, 우리는 아직도 입원과 치료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고령화 대비 현황에 대해 “섬세함과 디테일로 고령의료시스템을 촘촘히 만들고 있다”고 평가한 김 기자는 도쿄도에 위치한 550병상 노인의료전문의료기관인 장수의료센터를 소개했다.

장수의료센터는 고령에 따른 편측 마비(hemiplegia) 환자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왼손으로 문을 열 수 있는 화장실과 오른손으로 문을 열 수 있는 화장실을 나란히 배치하고 있다.

또한 병원 모든 곳에 커다란 번호판을 부착해놨다. 환자들이 번호를 보고 이동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해서다.

김 기자는 "하루에 1,000명이 넘는 환자가 오는데, 번호에 따른 이동으로 혼동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127명 중 절반이 노인의학 전문의거나 노인의학을 세부전공했다.

김 기자는 “모든 것이 고령 프랜들리다. 이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절반이 당뇨이고 입원환자 절반이 만성질환이 악화돼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다. (이 병원을 보면서) 고령화 시대는 내분비학의 시대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장수의료센터는 또 전체 병상의 약 40%를 1인실로 운영한다. 감염관리를 위해서다. 김 기자는 고령화 시대의 화두를 감염관리로 꼽았다.

김 기자는 “노인환자는 감염에 매우 취약하다. 다인실을 활용하면 감염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이 병원은 의도적으로 1인실을 늘렸다. 노인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감염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기자는 장수의료센터와 우리나라 병원이 다른 점으로 환자의 퇴원을 관리하는 시스템 유무를 꼽았다.

김 기자는 “장수의료센터의 또다른 특이점은 환자가 입원한 후 3일이 되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상담팀이 찾아간다는 것”이라며 “이들은 환자가 퇴원하면 갈 곳이 있는지, 경제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는지 등을 체크하고 실제로 퇴원 후 갈 곳이나 돌봐줄 사람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심지어 환자가 퇴원 후 가야할 주택을 직접 방문해 생활이 가능하도록 개보수까지 해준다”면서 “한국의 병원들은 아직도 입원을 걱정하지만 일본의 병원은 퇴원을 걱정한다. 고령화 시대에 퇴원을 잘 시키지 않으면 병원이 망한다”고 강조했다.

김 기자는 일본의 재활시스템과 우리나라 시스템의 차이점도 언급했다.

김 기자는 “재활의학과 전문의들은 재활을 하루를 쉬면 100%였던 기능이 70%로 떨어지고 이를 회복하는데 2~3일 걸린다고 한다”며 “그래서 일본은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의료기관이 재활치료를 쉬지 않도록 수가를 엄청나게 올렸고, 이제는 토요일 재활은 거의 100%이고, 일요일 재활도 90%를 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이게 우리나라와 일본 재활치료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우리도 환자를 위해 1년 내내 재활치료가 진행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고령사회 일본 의료기관의 목표는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기능을 높이는 것이다.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최고 목표”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기자는 “우리나라는 곧 고령화 비율에서 일본을 앞서게 된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질병과 싸우지 말고 동행하고, 의료시스템과 사회인프라를 통합하는 등 우리나라도 고령화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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