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발사르탄 사태로 환자와의 신뢰 관계 깨졌다" 호소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가 함유된 고혈압치료제에 대한 판매중지 및 급여정치 조치로 개원가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이번 사태의 불똥이 발사르탄을 처방하지 않은 병·의원으로 번지고 있다.

문제의 고혈압치료제를 처방하지 않았다고 설명을 하더라도 환자가 믿지 못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물론 처방받은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변경해야 함에도 그 병원은 믿지 못하겠다며 처방받은 약을 들고 와 다른 약으로 처방해달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는 것.

이른바 '발사르탄 사태' 이후 의사 커뮤니티에는 이와 관련된 환자 사례를 공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일로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반응이 특히 많았다.

익명의 개원의 A씨는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불안한 눈으로 ’내 약은 상관없지?‘라고 (말)하시는데 한숨이 나오더라“며 ”이렇게 라포(rapport)가 깨지면 앞으로는 환자를 어떻게 진료하겠냐“고 토로했다.

A씨는 ”(환자가) 나가며 ’난 원장님만 믿었는데‘라고 말하는데 가슴이 답답했다“며 ”왜 정부가 들어야 할 욕과 화풀이를 내가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개원의 B씨는 ”문제가 된 발사르탄 함유 고혈압치료제를 우리는 한건도 처방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환자 한 명이 와서 근처 병원에서 발암 물질 혈압약을 처방받았다며 고소하겠다고 하더라“라며 ”그(처방 받은) 병원으로 가서 원장님과 상의하고 약을 다시 처방 받으라 이야기 했지만 끝까지 화를 멈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B씨는 ”마지막까지 (환자가) ’의사가 그런 약은 걸러서 처방해야지‘라고 하더라. 약 개수가 모자라도, 복용법을 몰라도, 약이 잘못돼도 다 병원 탓을 한다“며 ”왜 문제가 생기면 다 병원 탓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다른 개원의 C씨도 ”평소 관리하던 환자 중 5~6명의 보호자로부터 전화가 왔기에 우리 병원은 그(발사르탄) 계통약은 처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약국에도 확인하셨는데 왜 또 전화하셨나고 묻자 ’혹시나 해서 물어본다‘고 하더라. 신뢰가 있어야 치료가 잘 되는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지방의 개원의 D씨도 "우리 병원에서는 발사르탄이 함유된 고혈압약을 처방하지 않았지만 환자들이 뉴스를 보고 일단 언성을 높이는 경우가 많다"며 "차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하고는 있다. 다만 이런 환자들이 다른 (대기 중인) 환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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