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 소방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스프링클러 등 의무화
중소병원협 정영호 회장 “설치비용 지원 및 유예기간 연장” 요청

지난 1월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건 이후 정부가 의료기관의 소방시설을 강화하고 나서자 중소병원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병원이라는 시설의 특성상 소방시설 추가설치가 쉽지 않고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요즘 지원책은 전무한 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들어가는 공사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중소병원들로서는 죽을 맛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정영호 회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최근 입법예고된 소방시설법령 시행령 및 시행규칙안에 대한 중소병원계의 입장을 밝혔다.

소방청이 입법예고한 소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그동안 병원 규모에 따라 설치토록 돼 있는 스프링클러가 앞으로는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상인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의무화된다. 600㎡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과 새로이 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하기 쉽지 않은 기존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간이스프링클러도 인정된다.

또한 그동안 규제대상이 아니었던 자동화재속보설비가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의무화되고 종합병원 및 요양·정신의료기관에만 적용해왔던 방염처리물품 사용 등도 대상 범위가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된다.

새롭게 건축되는 병원은 법 시행 즉시 적용되며, 기존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3년의 유예기간이 부여된다.

하지만 중병협 정영호 회장은 “기존 의료기관의 경우 간이스프링클러로 대체할 수 있다고는 하나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천정해체, 배관연결, 물탱크 설치 등으로 대규모의 공사가 장기간 이뤄져야 한다”며 “중환자실, 수술실 등 특수공간은 공사시 다른 장소에 대체 설치가 불가해 사실상 공사기간 동안 운영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영호 회장은 “구축년수가 오래된 병원들의 경우 건물의 안전성 문제도 있는 데다 건물을 임대하고 있는 병원들의 경우 소유주 승인 및 다른 입주자 동의 없이는 설치가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을 고려치 않고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병원 문을 닫으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중병협에 따르면 회원병원 211개 건물(142개 병원) 중 19%에 해당하는 40개 건물이 30년 이상된 건물이며, 211개 건물 중 병원 소유가 아닌 임대 건물인 병원이 13%인 28개에 달한다.

특히 정 회장은 “100병상 이상 병원이 간이스프링클러의 경우 최소 5억원, 스프링클러인 경우에는 1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중소병원들은 자금 유동성이 매우 낮고 채무비율은 높아 강화되는 소방시설 개선비용을 병원 자체적으로 부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사에 따른 장기간의 진료기능 축소 및 수입 감소는 병원의 재정악화를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정 회장은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과 차질 없는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스프링클러(간이스프링클러 포함) 설치비의 경우 국고에서 지원 한다거나 공사기간 진료비 수입 감소를 고려, 운영자금을 저리로 융자해주는 등 재정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 의료기관의 소방시설 설치 유예기간을 현재의 3년에서 좀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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