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곤의 醫藥富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일 중국에서 수입된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을 사용한 고혈압치료제 115개 품목(54개 업체)에 대해 판매 및 제조 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런 식약처의 처분은 유럽의약품청(EMA)이 지난 5일 중국 제지앙 화하이(Zhejiang Huahai)사가 만든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국제암연구소(IARC)가 2A군(발암의심물질)으로 분류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제품을 회수한 데 따른 조치이다.

송형곤 젬백스&카엘 대표이사

발사르탄은 디오반(노바티스 社)이라고 하는 상품명으로 잘 알려진 고혈압치료제로, 단일 종목으로는 가장 큰 처방 규모를 가진다. 그런데 요즘 고혈압 치료의 트렌드는 단일 제제가 아니라 2~3가지 약재를 섞어서 제조한 복합제가 대세이다. 그래서 이번에 식약처가 판매금지한 115개 품목 중, 발사르탄 단일제는 28개인 반면 발사르탄과 암로디핀(오리지널 노바스크)의 복합제가 87개를 차지한다. 이 두 성분을 섞어 만든 복합제는 엑스포지(노바티스 제조)라는 오리지널 상품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엑스포지는 2013년 특허가 만료될 시기에 카피약의 약가 산정에서 문제가 됐던 약이다. 인터넷에서 엑스포지로 검색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10월 엑스포지 특허가 만료되면서 2012년 1월 개정된 약가 제도에 따라 엑스포지 정(5/80mg)의 가격이 최초 등재 약가(978원)의 70%(685원)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엑스포지 정(5/80mg)의 성분인 노바스크 정(524원)과 디오반 정(980원)의 약가를 단순 합산한 1,504원에서 가산 기간 만료에 따라 53.55% 인하된 805원으로 정했다.

이때 보건복지부는 “다른 복합제는 산정 시 인하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허만료 때 조정을 한 것이고, 엑스포지 정은 산정 시 이미 인하가 됐기 때문에 조정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대한의원협회는 복합제의 성분인 두 가지 단일제의 단순 합산 금액을 약제의 상한금액으로 정한 것은 불합리하며 이러한 약가 결정은 제약사에 대한 특혜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것이 지금 발사르탄 사태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스스로 신약을 개발할 수 없는 제약사 입장에서 최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효과가 입증되어 매출액이 높은 오리지널 약이 물질특허가 풀리는 순간을 기다려 신속하게 카피약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매일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 중 효과가 검증된 오리지널 베스트셀러 약물이 그 타깃이 된다.

그렇지않아도 국내 카피약가가 오리지널 약가에 비해 비싸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이러한 베스트셀러 카피약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제약사는 당연히 너도나도 카피약을 제조할 것이고 제약사들 간 과다한 경쟁은 원가절감과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통한 마케팅 경쟁으로 귀결된다. 원가절감의 방법 중 가장 쉬운 것은 이번 발사르탄 사태에서 보듯이 싼 원료를 쓰는 것이다. 고혈압 환자 17만명이 발암의심물질이 든 약을 복용하게 된 이번 사태는 어쩌면 2013년부터 예견됐는지도 모른다.

국내 제약산업은 카피약가를 높게 책정한다고 절대 발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난립한 중소 제약사의 수를 줄여 스스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제약산업의 기초를 다져야 한다. 또한 의료비, 약제비를 책정할 때 싸게 할 것은 싸게 하고 제값을 쳐 주어야 하는 것은 제값을 쳐 주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싸게 할 것은 비싸게 하고 제값을 쳐 주어야 할 것은 깎는다. 그런 와중에 국민은 골병이 들고 의사는 욕을 먹는다.

제발 정신 좀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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