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보건의료의 나아갈 방향③ 영아사망률 남한의 8.8배…장기적인 로드맵 필요

얼어있던 남북 관계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후 화해 모드로 접어들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남북경협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며 이산가족상봉 추진과 함께 지난 4일에는 통일농구대회도 열렸다.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교류·협력도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대로 된 준비없이 이뤄지는 남북간 보건의료 분야 교류·협력은 양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랜 기간 단절됐던 남북 간 교류가 본격적으로 재개되기에 앞서 북한의 보건의료 현황과 문제점부터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의 보건의료가 균형을 맞춰나가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지 살펴봤다.<편집자주>

북한의 핵폐기 선언 이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결단을 내리는 순간 북한의 급진적 개방이 시작되고, 양국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날도 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남북한 간 물적·인적 교류가 활발해질 경우 당장은 결핵이나 B형간염과 같은 감염성 질환이 이슈가 되겠지만 북한의 보건의료 수준을 현재보다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감염병 이외 남북 화해협력 이후 통일까지 내다봤을 때 남북이 보건의료 분야에 있어 미리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모자보건 문제를 1순위로 뽑고 있다. 북한의 모자보건 현황과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이 이뤄진 후에 태어날 이른바 ‘통일세대’를 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영아 사망률 남한의 8배…모성사망비 7배 가량

빈곤 악순환의 고리라고 여겨지는 모자보건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로는 크게 영아, 아동, 모성의 사망률(비)이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영아사망률과 아동사망률은 한 나라의 건강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지난 수십년동안 이 두 지표는 전세계적으로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분단전(1921년~1925년)에는 영아사망률이 1,000명 당 254명으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지속적으로 감소, 1960년 1,000명 당 80명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어들더니 2014년 현재는 3명에 불과하다.

북한도 과거 같은 시기(1960년) 95명에서 줄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2014년 출생 1,000명당 영아사망이 26.4명으로 남한에 비해 여전히 8.8배가 높다(UNICEF 발표기준).

아동사망률의 경우 그 격차가 더 크다. 2014년 우리나라의 아동사망률은 1,000명당 3.6명이지만 북한은 33.4명으로 남한의 9.3배에 달한다.

한 국가의 보건수준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모성사망비도 북한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7배 가량 높다. 2013년 기준 북한의 모성사망비는 출생 10만명 당 76명이었으며, 같은 시기 우리나라는 11.5명 수준이었다.

이같은 상황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산부인과적 임상 특성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립중앙의료원(NMC)이 산부인과에 내원한 북한이탈주민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본 결과 임신과 관련된 합병증이 있는 임산부가 24.4%, 임신 환자 중 내과적 질환을 동반한 환자가 56.4%였다. 또 북한이탈 여성들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질환으로는 자궁경부암과 전암병변이 있었다.

사망 원인 1위는 조산…사회경제적·보건학적 부실의 합작

북한의 열악한 모성보건 실태의 경우 영아, 유아, 모성 등 원인에 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는 북한의 붕괴된 보건의료체계로 인한 보건학적 부실과 열악한 사회경제 상황으로 인한 영양부실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영아와 아동의 사망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공통적으로 조산(prematurity)이었기 때문이다.

WHO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북한의 신생아기(1개월까지) 사망 원인으로는 조산(36%)이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이 선천성 이상(19%), 질식 및 외상(18%) 순이었다. 신생아기 이후(1개월~59개월까지)의 사망 원인으로는 폐렴이 34%로 가장 높았고, 부상 15%, 설사 12% 순으로 감염성 질환이 절반 이상이었다.

아동 사망 원인에서는 조산이 33%, 급성 호흡기 감염 14.9%, 선천성 이상 12.8% 순으로 나타났다(2015년).

모성 사망의 원인은 산후출혈이 33%로 가장 높았으며, 유산과 색전증이 각 12%를 차지했다. 이중에서 주목할 점은 임신 중 영양결핍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비산과적 질환으로 사망한 이들이 14%에 달했다는 점이다(UNICEF 2010).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적절한 산후관리 미제공 ▲사회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조출생, 저출생체중 만연 ▲영양부족과 낮은 예방접종률이 원인이라 지적했다.

복지부 조경숙 사회서비스사업과장(전 OECD 대한민국정책센터 부본부장)은 ”북한은 병원 시설 및 장비의 노후화와 의약품 부족으로 적절한 산전 및 산후관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진료 및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영아사망률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체중아 출산은 산모의 영양부족, 다산, 인공수정,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며 ”가임기 여성의 영양 상태도 매우 중요한데 이는 산모의 건강뿐 아니라 영유아의 영양결핍과 질병 및 사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북한은 산모 뿐 아니라 전 주민이 영양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북한 사회 전반에 나타난 자연재해와 경제적인 어려움, 보건의료체계 붕괴로 인한 낮은 예방접종률이 (북한의) 영아 및 아동 사망률에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몇회로 해결될 문제 아냐…실태파악 통해 장기계획 세워야"

때문에 북한의 정확한 실태 파악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보건의료 인프라와 사회경제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해온 국립중앙의료원(NMC) 주성홍 과장은 “모자보건 사업은 결과가 1년만에 나오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때문에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북한의 영아사망률, 산모 관련 시스템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파악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주 과장은 ”무턱대고 이뤄지는 지원은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며 ”그러나 북한에서는 관련 통계조차 발표되고 있지 않다. 모자보건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영아·아동사망률 등 진단을 바탕으로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조경숙 과장도 ”모자보건 사업은 예방접종처럼 몇 회에 걸쳐 끝낼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세부 우선순위를 정하고 달성 목표를 정해 지속성을 가진 장기적인 지원 전략을 수립해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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