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입원실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어…강행 시 법적 대응 불사”

정부가 30병상 이상의 병원과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소방청은 지난달 2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시행령(안)에 따르면 그동안 병원 규모에 따라 설치토록 돼 있는 스프링클러가 앞으로는 바닥면적 합계가 600㎡ 이상인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의무화된다. 600㎡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과 새로이 스프링클러설비를 설치하기 쉽지 않은 기존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간이스프링클러도 인정된다.

또 그동안 규제대상이 아니었던 자동화재속보설비도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 의무화되고 종합병원 및 요양·정신의료기관에만 적용해왔던 방염처리물품 사용 등도 대상 범위가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된다.

새롭게 건축되는 병원은 법 시행 즉시 적용되며, 기존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3년간 유예기간이 부여된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16일 성명을 통해 “소방청의 입법예고는 의료기관의 현실은 도외시하고 규제만 강화하려는 탁상공론 행정의 전형”이라며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의료기관 개설 당시 시설설비 상태를 허가해놓고 이제 와서 소급적용해 예외 없이 입원실을 보유한 모든 병의원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영세한 의원, 중소병원에서는 도저히 이를 감당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의협은 이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면 1주일 이상 병원을 폐쇄해야 하는데,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현재 통원치료를 받거나 입원하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극심한 불편함과 질병 악화 등 건강상 피해가 유발될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환자와의 신뢰가 떨어지는 의료기관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의원들 대부분이 소규모 상가의 세입자임을 고려했을 때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너무 과도한 부담이 전가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스프링클러는 단순히 의료기기와 같이 단독물품을 설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수압계, 배관, 비상전원, 배수구, 나아가 물탱크 등 건물 차원의 공사가 수반돼야 할 사항”이라며 “이를 전적으로 임차인인 의료기관의 의무로 돌린다면 임대인 또는 건물주와의 마찰뿐만 아니라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돌아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러 사업 직종이 세입자로 들어와 있는 상가 집합건물에서 병의원에만 소방시설을 별개로 설치하는 게 과연 화재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냐”며 “실효성 있는 결과를 생각한 소방시설법이라면 병의원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병의원이 입점해있는 건물 전체를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으로 적용시키는 게 더 타당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의협은 “이번 입법예고를 당장 취소하는 한편 타 업종에도 이와 유사한 소방시설법을 소급적용, 임대인들에게 큰 피해를 주면서까지 시행한 사례가 있었는지 여부와 그 피해보상에 대한 판례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또 “설치비용과 공사로 인한 진료공백에 따른 손해비용을 100% 정부에서 지원하고 설치에 따른 행정절차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만약 소방청이 협회 의견을 무시하고 해당 법안을 강행할 경우 사유재산 침해행위로 판단, 법적인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응에 나서겠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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